필자는 수차례 이전 칼럼을 통하여 암 치료 관련 비급여 의료기술을 재평가를 통해 퇴출시키려는 보건당국의 방향에 대해 매우 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보건당국은 2025년 1월 9일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통해 신의료기술평가 이후의 비급여 재평가의 기준을 신의료기술 시행 이전까지 확대 적용하여 비급여 재평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행일을 2025년 9월 7일로 계획한 비급여 관리 개선 방안을 배포하였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보건복지부령 제1098호]을 2025년 3월 6일 일부 개정하고, 동 규칙에 제4조 3을 신설하였으며 이 조항에 따라 비급여에 대한 재평가 및 비급여 목록 삭제를 통해 ‘해당 비급여 의료기술은 2025년 9월 7일자로 퇴출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차트 1 참조]
보건당국에 의해 중증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제한된다면, 이는 명백한 환자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며, 의료적 소명 측면에서도, 국내외 의료 관련 단체 및 의료 소비자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차트 1] 보건복지부 보도자료(p.12) 25년 1월 9일자 - 의료체계 정상화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논의- ‘비급여 관리 개선방안
필자는 지난 20년 이상 암의 지지적 치료를 옹호하며, 암환자의 치료 및 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해 헌신해 왔다. 2025년 연초부터 불거진 보건당국의 이러한 졸속 정책이 왜 수립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또한, 중증질환인 암을 보는 당국의 태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았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온열치료가 이미 근거를 갖추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받아들여져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해가 갈수록 온열치료 병원 및 환자는 늘고 있는 현 상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았다.
이미 필자는 칼럼 51편(25년 4월 18일 게재)에서 암 치료를 위한 온열요법이 근거는 충분하다는 제하의 기사를 시작으로, 칼럼 52편에서는 온열암치료 글로벌 시장 전망을 다루며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서 온열치료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음을 자료를 통해 제시했다.
칼럼 53편(25년 5월 2일 게재)에서는 암 치료에 있어 온열치료에 대한 근시안적 결론을 벗어나,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 연구 환경 조성을 촉구했다. 이어지는 54편에서는 보건당국의 행보와는 다르게 88서울 올림픽처럼 세계인들의 축제와도 같은 온열치료 국제학술행사가 서울에서 2025년 9월, 4일간의 개최 일정을 앞두고 있음을 다루며, 한국의 온열치료 현실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온열치료를 오랫동안 임상에서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온열치료임상지침의 부재는 필자 입장에서 매우 아쉬운 측면이다. 이에 필자는 유럽에서 활용 중인 이탈리아 하이딥600WM 의료용 고주파온열기(통칭: 고주파 온열 암 치료기)에 대한 프로토콜을 소개하였다. 5월 23일 칼럼 56편 제1부를 시작으로 총 6회에 걸쳐서 6월 27일까지 칼럼 61편(6부)으로 고주파 온열 암 치료 프로토콜을 다루었다. 이는 유럽에서 암 치료 시 온열치료를 병행한 임상의사들의 30년 이상 임상 경험과 임상 연구를 통한 축적된 결과로 제시된 프로토콜이기에, 그 가치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온열치료의 충분한 근거 제시, 해외 사례를 통한 임상지침 제안, 그리고 전 세계적 트렌드를 열성적으로 계속 알려왔다. 또한 암 치료 관련 비급여 의료기술을 재평가를 통해 퇴출시키려는 보건당국의 방향에 대해 매우 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큰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였다. 지난 6월 4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전 정부가 수립한 비급여 문제는 멈출 기세 없이 속전속결로 9월 7일 시행일을 목전에 두고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칼럼 64편(25년 7월 18일 게재) “보건당국의 졸속 시행령,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칼럼 70편(25년 8월 29일 게재)에 이르기까지 7주에 걸쳐 방대한 분량의 칼럼을 게재하였다. 이 칼럼들을 통해 필자는 암 치료 인정 비급여 퇴출에 대한 보건당국의 로드맵의 단계별 실행에 대한 비평을 전하였다. 아울러, 회복기 암 환자를 위한 지지적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암을 치료받을 기회와 치료 옵션의 제한은 암환자의 기본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근거 기반 회복기 통합 암치료를 위한 제안과 암환자 중심의 전향적인 선진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하여 보건당국, 병원, 의료진 및 관계자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지난 1월 9일 보도자료 ([차트 1]참조)에서 밝힌 비급여 퇴출 계획은, 그들이 수립한 로드맵에 따르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2025년 9월 7일 시행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시행되지 못한 채 정지되었다. 이는 전 정부가 2023년 급하게 조직했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가 25년 6월 4일 새로 출범한 정부에 의해 7월말 폐지됨으로써, 비급여 퇴출 전략의 동력이 일단 상실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또한 실손보험 관련 비급여 의료에 손을 대야 한다는 입장은 자명해 보인다. 보건당국은 비급여 의료가 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보험업계의 볼멘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마치 우는 아이 과자 집어주고 달래는 꼴이다. 전 정부는 2023년 의료 소비자와 의사들을 배제한 채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다 보니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언론의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보험업계를 돌봐주어야 하는 보건당국 관료들에게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새 정부는 2025년 9월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발표했다. 이후 위원회 출범 준비를 거쳐 약 30명의 전체 위원 중 절반을 의료 소비자와 보건의료 외 전문가 등으로 할당하여 12월 1일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를 통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의사가 과잉 공급하는 것과 환자들이 과잉 이용하는 것 등 불필요하게 쓰이는 의료비 낭비를 줄이며, 효율적인 의료비 관리에 대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2021년 방사선 온열치료(고주파 온열 암 치료)를 급여화 목적으로 재평가했던 “권고하지 않음”으로 결론을 낸 사실을 새 정부의 의료혁신위원회에서도 평가 목적과는 별개로 전 정부의 비급여 퇴출 계획을 한치의 변화 없는 태도로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의료기술 재평가 결과 권고 등급에 따르면, 고주파 온열 암 치료는 권고하지 않음(not recommended)에 해당한다. 이 권고 등급은 평가 대상 의료기술의 임상적 안전성과 효과성 등 근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재 임상 상황에서 해당 의료기술의 사용을 권고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 등급은 비교 기술 대비 안전성 및 효과성 등 임상적 유용성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동 해당 기술 사용의 이득보다 위해가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부여된다. 또한 국내외 가이드라인 등에서 사용하지 말 것을 제시했거나, 장기간 사용했음에도 양질의 근거 생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안전성·효과성이 불분명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의료기술 재평가 결과보고서는 동의하기 어렵거나 납득할 수 없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다층적 측면에서 제시된 종합적인 재평가가 아니라 출판 논문만을 선별해서 평가했다는 점은 온열종양학이라는 세부 학문을 왜곡할 수 있다. 온열치료는 이미 EBM(근거중심의학) 레벨 I부터 레벨 III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근거를 확보했으며,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온열요법 선진국과 유럽온열종양학회(ESHO), 미국열학회(STM)등 국제학회에서 임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온열치료는 적어도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 필자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의료기술 재평가 권고 등급으로 볼 때, 고주파온열치료는 약하게 권고함(weakly recommended)에 충분히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재평가보고서의 권고 등급 체계의 ‘약하게 권고함’은 평가 대상 의료기술의 임상적 안전성과 효과성 등의 근거가 비교 기술 대비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유사하여, 현재 임상 상황에서 해당 의료기술의 제한적 사용을 권고함을 의미한다고 적시한다.
구체적인 예시로는 특정 조건 또는 환자군에서 안정성 및 효과성이 일부 입증되어 선택적 사용을 권고하는 경우, 안전성 및 효과성 근거가 제한적이나 임상에서 사용이 필요한 경우 등을 들었다. 온열치료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 지침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필자는 약하게 권고함’이라는 등급에 더 적합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새 정부에서 12월 출범한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는 전 정부가 정한 비급여 퇴출 로드맵을 일부 수정하였다. 실손보험 재정 지출이 큰 비급여 항목들을 ‘관리급여’라는 새로운 형태로 지정하여, 건강보험 시스템 안에서 보건당국이 직접적으로 가격 및 진료를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의료 소비자가 치료비의 95%에 달하는 본인부담률을 지도록 유도함으로써, 해당 의료 기술을 사실상 의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필자는 중증질환인 암을 치료적 관점보다 시장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에 큰 우려를 표하며, 다음 칼럼에서 이 주제에 대해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