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만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서 암 치료는 대학(종합)병원을 통하여 일명 표준 치료라 불리는 수술 치료, 항암 화학(표적)치료 및 방사선치료를 받는다. 암 환자는 인생의 기로를 가로막는 암을 수술받은 병원이나 항암 하는 병원에 입원하여 지속적인 케어와 치료를 받고 싶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대학병원의 속칭 3분 진료와 마찬가지로 암 치료 또한 긴 시간 동안 병원에 머물 수 없다. 길게는 1주일 짧게는 사나흘 정도 환자의 치료 예후만을 확인하고 퇴원길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많은 암 환자들이 수술 이후 주 치료 병원(대학병원)과 가까운 곳에 있는 암의 지지적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암 재활 전문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에 입원하여 후속 케어를 받는 실정이다.

‘암 치료는 체력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술 이후, 혹은 항암/방사선 이후 후속 치료에 있어 암 환자의 몸 컨디션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 치료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느냐 마느냐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가 바로 암 환자의 몸 상태에 달려있는데, 암이라는 진단에 놀란 마음과 수술이나 항암 후 전과 같지 않은 몸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 다음 치료를 위한 몸 만들기는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의 적극적인 보살핌 없이는 그 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많은 암 환자들이 의료인의 전문적인 케어와 지지적 치료로 다음 암 치료 계획을 위해 선택하는 곳이 암 전문 재활병원 (요양/한방 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병원에서 실시하는 치료 행위 대다수의 의료 수가가 급여에 해당하는 구조이지만 요양(한방)병원에서 실시하는 의료 수가는 대부분의 치료 행위가 본인 부담인 비급여 항목에 해당한다. 국가의 의료보험 재정만으로는 모든 질환을 급여화하기 어려운 현실이기에, 비급여가 상존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국민이 질병을 치료할 기회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비급여는 존재해 오고 있다. 비급여 정산 시, 본인 부담금이라는 말처럼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치료지만 중증질환인 암 치료에 있어서 꼭 필요한 부분이기에 보건 당국은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을 허용하였다. 이에 다양한 보험 상품들이 '미래를 위한 준비,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한 준비'라는 홍보와 함께 많은 국민이 크고 작은 보험사들이 내놓은 보험 상품에 가입하게 되었다.

보험 상품에 가입해 둔 많은 국민이 암 진단 그리고 치료 및 후속 간호를 받아야 하는 장기간의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큰 도움을 받는 동시에 비급여에 해당하는 치료를 시행하는 개원병원, 요양병원과 한방병원들은 암 환자의 투병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하며 수익을 창출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비급여 제제 또는 의료기기 등을 공급하는 의료 산업계의 성장 동력이 되었고, 기술 발전 투자로 이어지며 더 진보된 치료제 및 혁신적 의료기기의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이는 암 환자의 치료율 상승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냄과 동시에 선순환 작용을 통하여, 의료계와 의료산업 모두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

미처 암보험을 준비하지 못한 암 환자의 경우에도 실손보험(일반적으로 실비라 칭함)덕분에 치료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실손보험의 역할은 의료진과 관련 업계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최근 보건당국은 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실손보험(실비)과 연계된 암 치료 제제에 대한 비급여 품목들을 퇴출하기 위한 과정에 돌입해 있다. 이른바 ‘비급여 관리 개선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차트 1 참조]

[차트 1]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5년1월 9일자 - 의료체계 정상화와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논의- ‘비급여 관리 개선방안’

지금, 이 시점에서 ‘보건 당국은 왜 비급여 재평가를 하겠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차트 1]에 제시된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제도에서 신의료에 대한 재평가는 가능하지만, 신의료로 지정되기 이전에 지정된 기존 기술에 대한 재평가는 근거가 없다. 이를 개정하여 기존 기술도 치료 효과성·안전성 문제가 있는 비급여 등은 재평가하겠다는 근거를 마련하여 신의료기술 평가 규칙에 반영하고 평가 결과를 고시함으로써 해당하는 비급여를 퇴출 및 요양 비급여 등재 목록에서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성·유효성이 부족한 비급여는 직권조정 근거를 마련하여, 퇴출하겠다는 것은 의료품질의 향상과 관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실손보험 검토 지시 후, 보건복지부의 신의료 기술 평가에 관한 규칙이 일부 개정(2025. 3. 6. 일부 개정) 되었다(보건복지부령 제1098호). 위 [차트 1]에서 기존 기술에 대한 재평가 근거는 바로 제1098호 제4조의3(의료 기술의 재평가) 이다.

▲[그림 1] 법제처 법령검색 시스템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캡쳐화면

[그림 1]과같이 보건복지부령에 제4조의3을 신설하고 2025년 9월 7일을 시행일로 못 박혀 있지만, [차트 1]에 건정심 등을 거쳐 등재 목록 삭제 '보건의료연구원의 비급여 재평가(19'~ )결과 '권고하지 않음'으로 평가한 항목이라 설명하고 있는 보건의료원의 비급여 재평가라는 것이 큰 하자를 지닌 요식행위에 불과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안정성·유효성을 평가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해당 항목에 대하여 각 의료업계에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인 임상 평가 보고서나 임상 시행 계획서 제출과 같은 실질적인 입증을 요구하기보다는 해당 품목의 당사자인 의료업계조차 재평가가 진행되는지도 모르는 깜깜이 심사를 보건의료연구원이 참고하는 의료 데이터 시스템에 보고된 학계 과거 사례나 논문, 리포트 사례 몇 건만으로 심사평가를 내리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암 환자 재활 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미슬토(겨우살이 추출물)주사제, 싸이모신 알파(흉선 추출물)주사제, 자닥신 등의 항암 면역 보조제제 및 의료용 고주파 온열 치료기가 신설/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심사에 사용했던 안정성 유효성 입증 자료의 후속 자료나 연구 검토 제출 요구 절차 없이, 퇴출 또는 법정 비급여 등재 삭제라는 암 환자와 의료업계 모두 치명타를 받을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향후 암 환자들이 대학병원에서 실시하는 수술, 항암 제제 및 방사선 치료법만이 전부였고 의료계의 눈부신 발전이 없던 과거의 좁은 선택지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앞선 온열치료 칼럼을 통하여 암이라는 질병은 단지 표준 치료만으로 완전하게 치료될 수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암 환자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 개선에 있어 병행치료 자체가 세계 암 치료 환경의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5년, 뉴스위크 선정 세계 베스트 병원 50위 안에 우리나라의 대학병원 4곳이 랭크됐다. 매해 발표하는 이 순위는 27개국 8만여 명의 의료전문가와 환자 경험 설문조사 그리고 병원의 의료 핵심 성과지표 등을 통합하여 선정한 순위라고 밝히고 있다. 매해 우리나라의 많은 병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의료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을 확인시켜 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수많은 나라에서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우리나라의 병원을 방문하기도 하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증가함에 따라 의료 기술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나라 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인지, 또 세계 곳곳의 암 환자들이 그들의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하여 어떤 이유로 독일을 찾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20여 년에 걸쳐 지켜본 독일의 암 치료 환경은, 보완 요법이 매우 발달하였고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새로운 치료법에 관한 적극적인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여러 나라의 암 환자들이 독일을 찾는 이유는 자국의 열악한 의료 환경 탓도 있겠지만, 바로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자신의 질환을 치유하고자 함이다.

독일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대학병원의 역할이 일차적으로 매우 크지만, 수술 이후 후속 간호 측면에서는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에 비해 독일은 수술 후 매우 다양하고 우수한 치료적 옵션을 갖추고 있어, 후속 간호 측면에서 세계 각국의 암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치료를 받기 위해 독일의 대학병원이 아닌 암 치료 특성화 개인 병원을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 암 환자들이 다양한 치료법이나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치료법을 위해 일본이나 독일을 찾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질환을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새로운 물질이나 기술 또한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환자에게 최대한 빨리 적용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치료 담당의의 신규 치료 계획 허가/사용 제도)을 갖춘 독일의 경우, 환자 입장에서 치료의 만족도는 물론 비용 편익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보건 당국 입장에서도 의료 데이터 축적과 기술 발전적 측면에서도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필자의 칼럼 53편 [암 치료에 있어서 온열치료에 대한 근시안적 결론을 벗어나,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 연구 환경 조성 촉구]를 참조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보건당국의 이러한 졸속 재평가 대응에 대하여 이 글을 읽는 독자뿐 아니라 암 환자와 암 전문 재활병원 그리고 암 질환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시대에 역행하는 보건당국의 부당한 정책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암 환자 단체, 암 치료 병원 협의회, 관련 학회 등과 함께 대책을 강구하고 보건당국이 실손 보험사를 위한 편향된 판단보다는 세계적인 암 치료 추세를 충분히 살피고 모두를 위한 합리적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암 치료에 있어 온열요법에 관한 전문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입장에서, 최근 보건당국의 정책 결정들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특정 보고서의 활용 목적이 변질되고, 의료 시스템의 혼란 속에서 비급여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먼저, 보건당국의 온열치료 재평가 보고서에 대해 짚어보자면, 해당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온열치료의 급여화 평가 타당성 심사 목적으로 작성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가 현재에 이르러 왜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활용되려 하는지, 그 배경과 의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에서 촉발된 의료 대란과 전공의 파업은 필수 의료 인력의 이탈이 가속화되자, 보건당국이 개인 병원을 타깃으로 비급여 항목을 문제 삼기 시작한 점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특히 '인정 비급여'가 어떻게 정책적 수단으로 변질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놀라운 점은 '온열 종양학'이 이미 세계적으로 학문적 위상을 확고히 한 분야라는 사실이다. 국제적인 흐름과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나라만 온열요법에 대해 역행하는 듯한 결정을 내리는 배경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최근 보건당국의 졸속 정책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논점들을 종합하여,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보건당국의 정책 결정들을 비판하고 온열요법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온열요법이 병행치료를 통해 암 치료율을 개선하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거 있는 치료법임을 면밀히 살펴 독자들에게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