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치료 전문가 강상만 칼럼니스트

이번 주 칼럼에서 다룰 주제는 최근 정부의 암 치료에 있어서 온열치료에 대한 재평가 결과가 얼마나 근시안적인지 그리고 의학적 치료적 관점에서 세계적 흐름과 매우 크게 역행하는 정책인지에 대해 다뤄보겠다. 정부는 2018년부터 의료 기술 재평가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을 담당으로 하여 안전성이 없거나 효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의료기술은 치료에 권고하지 않거나 퇴출시키겠다는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해 왔으며, 암 치료 부문에서는 고주파 온열 암 치료가 그 대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암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표준 치료라고 명명된 수술,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및 면역치료를 받으면서 암의 재발과 전이 등의 불안과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여타 질병 없는 삶을 영위하고 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자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또는 외래를 이용하여 고주파 온열 암 치료를 받는 현실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암의 치료는 표준 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은, 암을 치료하는 의사와 암이라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공통된 생각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대학병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학제 진료가 보편화되었고 암 전문의들의 치료계획과 전략은 한 가지 치료법으로 국한하지 않고 수술 중 화학요법이나 수술 중 동시 방사선 요법을 시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로 제거한 종양의 병리적 분석과 진단에 따라 화학요법 및 방사선 동시 요법을 치료 계획으로 수립하거나 화학·방사선 및 면역요법 등 다중 모드의 치료 전략을 구사한다.

이러한 다중 모드의 치료 전략에도 불구하고 암은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우리는 주변에서 암 치료 후 잘 살고 있는 분들을 알고 있기도 하지만, 어느 날 갑작스레 안 보이거나 소식이 끊긴 분들은 결국 유명을 달리하신 경우를 자주 보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암 사후관리, 즉 암 재활이라는 지지적 치료법들(Supportive Care)은 암의 치료와 후속 관리라는 측면에서 표준치료법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필요 불가결한 치료의 툴이라 할 수 있다.

암의 치료에 있어서 이렇게 표준 치료 및 지지적 치료법들을 마치 칵테일처럼 매우 잘 혼합하여 암의 치료율을 높이고 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가장 활발한 나라는 독일과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이다. 2004년, 필자에게 암과 온열요법을 소개하며 ‘한국에서도 온열요법이 암 치료에 있어서 암 환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유한 독일의 하거 박사(Dr. med. Dieter Hager)는 화학 약물 제제를 다루는 종양 내과의이다. 그는 화학요법(Chemotherapy)만으로 암은 치료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상업적인 거대 제약사들은 암 연구 전문가들이 포진한 이름있는 연구소들을 통하여 매번 새로운 신약을 출시하고 환자의 전체 생존율이 기존 약제에 비해 3개월이나 드라마틱하게 연장되었다는 등의 임상 결과를 발표하게 함으로써 마치 이 신약을 쓰지 않으면 암 환자들이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호들갑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신약의 약물 효과가 환자의 생명을 3개월이나 연장시켰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만, 그와 동시에 환자가 감내해야 할 부작용 또한 한층 더 커지고 환자의 삶의 질은 더 떨어지는 치료법만을 환자에게 권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그의 경험에 따른다. 비오메드 클리닉(BioMed kinlinik. 독일, Bad Bergzabern 소재)에서 약사로 근무하던 그의 아내는 유방암을 진단받게 되었고, 항암약물 전문의인 그는 모 글로벌 제약사의 3상 임상을 마쳤으나 공식 시판 전 신약을 부인의 유방암 치료를 위하여 사용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아내는 결국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부인의 죽음을 추적 조사하다 보니, 아내의 치료제로 사용하였던 항암제가 임상실험 중 임상에 참여했던 환자의 사망 사실을 제약사가 보고하지 않았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그는 본인 스스로 사랑하는 부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자책감과 죄책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본인도 다발성골수종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이 모든 과정을 애타는 마음으로 함께 지켜본 바 있다.

하거 박사는 1990년대부터 암 치료에 있어서 보완 치료법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적용한 이 분야의 선구자이다. 요즘으로 따지면 통합의학적 암 치료(통합 암 치료)인 셈이다. 그가 설립하고 운영해 온 병원인 비오메드 클리닉(Biomed Klinik)의 치료 방식은 인간 소 우주론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의 몸을 우주의 축소판인 소우주로 보고, 인간의 내부 구조와 기능이 우주 전체의 구조와 기능을 닮았다고 보는 이 관점에 따라, 암 치료의 치료 전략은 환자를 치료 중심에 놓고 치료 담당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여러 방면의 전문 치료사, 영양사, 심리 종양학자 및 영성 지도자 등 각각 전문 영역에 있는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수립하여, 환자에게 집중할 때 환자의 치료율 및 삶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가 설립한 비오메드 클리닉은 그가 작고한 뒤에도 이러한 정신을 이어 통합 암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의 이러한 치료 사상과 실제적 효과를 본받은 독일 및 스위스의 많은 의사와 병원들은 오래전부터 통합의학적 암 치료법들을 임상에 적용함으로써 암 치료율을 크게 높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 오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나라의 암 치료 현실을 보자.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인 의료보험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라는 매스컴의 보도에 따라 국민의 대다수는 그렇게 알고 있다. 실제로, 이를 바탕으로 한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라는 코로나19를 대응한 우리나라의 방역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부러움을 샀으며, 우리 국민은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었다. 이는 매스컴을 통하여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유료 백신 비용과 쉽게 비교되곤 하였다.

하지만, 암 치료에 대한 규제 당국의 정책은 앞선 보편성을 극대화한 코로나19 대책과 매우 다르다. 우리나라의 암 치료 정책은 급여 또는 비급여로 대별하는 우리나라의 국가 의료 보험 체계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표준 치료를 시행하는 상급 종합병원의 대부분인 대학병원들은 비급여 진료를 시행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비급여 치료는 암 요양병원의 몫이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암 환자들은 대학병원을 통하여 표준 치료를 받으며 동시에 암 요양병원에서 비급여에 해당하는 다양한 암 치료를 받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암 치료에 있어서 비급여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주요 치료법이 바로 온열요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 당국(한국보건의료연구원: NECA)은 이 온열요법에 대하여 의료 기술 재평가라는 방침에 따라 2021년 3월 23일 산부인과, 외과, 비뇨기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근거 기반 의학 등 각 1인으로 한 총 10명의 “방사선 온열치료 재평가 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기술의 급여 적용 타당성 판단 등 의사결정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도출한다는 명목으로 이들 “소위원회”에 온열치료에 대한 재평가를 의뢰하였다. 이 평가의 목적은 근골격계 종양 환자에서 방사선 온열치료의 임상적 안전성 및 효과성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의료 기술의 적정 사용 등 정책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관련 근거: NECA-의료 기술 재평가 사업_NECA-R-21-001-28_2021.12에 따른 의료기술 재평가 보고서2021: 방사선 온열치료 근골격계 종양).

평가 보고서는 평가의 배경, 평가 방법, 평가 결과, 안전성, 효과성 및 결론 및 제언으로 구분된다. 자세한 재평가 보고서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의 결론 및 제언의 페이지를 발췌한 내용을 살피자면, 다음과 같다.

▲[출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2021: 방사선 온열치료-근골격계 종양 8~9쪽

이 보고서의 결론 및 제언에 대해 부가하자면, RCT2편은 무작위 배정 3상 임상실험 2편으로 독일 뮌헨대학병원 및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병원 소속 종양내과 교수 Rolf D Issels박사가 2010년 6월 Lancet Oncology에 게재한 논문 및 2018년 4월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발간하는 JAMA Oncology에 게재된 논문이다. 의료 기술 재평가 위원회는 온열치료가 한국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비용 비급여 항목(분류 번호: 도-272)으로 고시된 뒤, 10년 이상 사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와 경험자의 평가보고서를 수집해 평가한 것도 아니고, 그 시간 동안 충분한 검토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희소한 암인 근골격 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논문 2편만을 근거로 암 환자에게 온열치료를 권고하지 않음으로 심의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결론에 대해 합리적인 이해를 할 수 없다. 온열치료를 직접 치료해 보거나 연구해 본 적도 없는 소위원회가 논문 2편만으로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 같은 사실을 논문의 저자인 Issels 교수, 독일 온열종양학회(DGHT)와 유럽 온열종양학회(ESHO)에 알렸다. 저자 또는 유럽의 학회로부터 이에 대한 반론을 수신하게 되면, 칼럼을 통하여 독자들께 추후 밝히도록 하겠다.

이 평가가 왜 이제 와서야 뜨거운 이슈가 되었을까?

온열요법을 평생 연구하고 암 치료에 적용하며 끊임없이 임상 1상, 2상, 3상으로 확대하며 학문적 신뢰를 구축하며 암 치료법에 근거를 축적하고 있는 진정성 있는 연구자들의 학문적 성과와 업적을 외면한 채, 하루아침에 이와 같은 졸속 평가를 통하여 단 한 번의 펀치로 퇴출하려는 것인가는 실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재평가를 맡은 위원들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온열치료를 암 치료에 적용하여 표준 치료와 병행하여 암 환자의 치료율 및 삶의 질 차원에서 단 한 번이라도 임상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가? 규제 당국은 첫 재평가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나 정기적인 후속 평가, 그리고 온열 암 치료를 임상에서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나라들의 지속적인 임상 평가 결과들에 대해서는 왜 귀 기울이지 않는지 필자는 진정 묻고 싶다.

또한, 규제 당국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이자 책임은, 온열치료를 다년간 시행해 온 의료전문가들의 견해를 구하고, 동시에 온열치료에 긍정적인 전문가들은 왜 암 치료에 있어서 온열치료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실사를 수행하고, 그리고 당사자인 암 환자들의 온열치료에 대한 반응도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조사를 축적하여 좀 더 개선된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이 같은 의료 기술 재평가는 의료기관이나 환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 아닌, 민간 보험사의 실손(실비)보험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은 의료업계의 솔직한 의견이다. AI가 산업의 판도를 뒤바꿀 정도로 지금 세계는 과학기술이 매우 빠르게 진보하고 있으며 의료 기술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이는 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 치료 선택권 및 치료의 기회를 빼앗는 행위일 수 있다. 규제 당국은 비급여 행위 기술에 대한 퇴출이라는 칼을 쓰면서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기보다는 국내 대학병원들을 통하여 온열요법에 대한 임상연구를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의료단체가 임상 결과를 축적하고 표준 지침을 마련하여 암 치료에 있어서 암 환자들의 치료율 및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선진 의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년의 세월이 지나 온열치료 전문가가 된 필자가 칼럼을 쓰게 된 여러 가지 동기 중 대표적 측면이 바로 ‘표준 치료만이 암을 치료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필자가 만난 독일 및 유럽 대부분의 표준치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방사선요법이나 화학요법이 세계적인 표준 치료임이 자명하지만, 언젠가 과학자들에 의해 지금보다 더 많은 인체의 신비로움에 대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암 치료에 있어서 이러한 표준이 매우 잘못된 치료법이었음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게 국내외 암 치료 의사들의 견해이다.

이미 필자는 칼럼 3편에서 온열치료의 현재 위치에 대해 자세히 다루었으며, 지난 칼럼 51편에서 암 치료를 위한 온열요법의 근거는 충분하다는 제하의 글로 온열요법의 근거를 다루었다. 그리고 지난주 칼럼 52편에서는 ‘온열 암 치료 글로벌 시장 전망’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현재 가장 활발하게 임상에서 적용하고 있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이 최근 온열치료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하여 암 치료를 비롯한 우울증 및 염증성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뿐만 아니라, 노인의학에 이르기까지 온열요법에서 그 가능성을 보고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을 다루었다.

최근 시대적 대세인 챗GPT는 온열치료에 대해 유망한 암 치료 기술로 평가하고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렇듯 온열치료는 다양한 질환 치료의 토대로써 전도유망하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온열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류 속에 우리나라만이 거꾸로 달려가려 한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대학병원의 연구자들도 나의 전문 분야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온열치료뿐 아니라 암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지적 암 치료법에도 관심을 갖고 암 환자들의 치료율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치료의 진정한 목적성에 부합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