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만 온열치료칼럼니스트

지난 칼럼에서는 보건 당국의 시행령이 솔족으로 이뤄진 과정에 대한 배경과 그로 인해 암 환자들의 권리 침해 우려를 다루었다. 이어지는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의 도입과 변화 과정을 더욱 면밀히 살펴보려 한다. 나아가 독일 등 해외 선진국의 임상 지침과 연구 사례를 통해 암 지지적 치료의 효용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암 환자들을 위한 회복기 통합 암 치료의 필요성과 정책 수립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의료기술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를 통해 요양급여 대상을 결정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이는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이 제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의료법에 따르면,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이다. 이 제도 도입 초기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의료기술평가 사업본부에서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보건의료기술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10년부터 신의료평가업무를 이관 받아 현재까지 수행하고 있다.

2013년 6월, 당시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을 4대 중증질환으로 선정하고, 이들을 모두 건강보험으로 해결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보건당국은 이에 따라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 수립하면서, 선별급여 대상을 ‘비용 대비 치료 효과는 낮으나 사회적 수요가 높은 최신 의료’로 정의했다. 또한, 이후 새로 급여 체계에 진입하는 신의료기술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진입 기준을 마련하여 질환의 중증도를 함께 고려하여 급여화하는 방향을 계획했다. 선별급여로 고려하는 의료기술이 비필수적임을 고려하여 본인부담률 50~80%를 적용하였으며, 동시에 주기적 재평가를 통해 필수급여 전환 여부, 본인부담률 조정, 가격조정 등 의사결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선별급여는 의학적 필요성이 낮거나 임상적 근거 부족으로 비용 대비 효과 검증이 어려운 의료기술을 지칭한다. 이는 주로 치료 효과 개선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환자 부담이 높은 고가 치료, 혹은 의료진과 환자 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선별급여는 2017년 8월부터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라 '예비급여'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당시 선별급여 대상이 4대 중증질환에서 전체 질환으로 확대되었고, 이 예비급여(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이 마무리되면서 2023년부터 다시 '선별급여'라는 용어로 전환되어 현재 사용되고 있다.

의료기술재평가는 2017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라, 근거 기반의 보장성 강화 정책 결정을 위해 시작되었다. 2018년부터 NECA주도로 시범 사업이 개시되었으며, 재평가 사업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등재 비급여(선별)의 급여 전환 및 선별급여 적합성 평가에 필요한 치료 효과성 등의 근거를 제공하고, 선택 비급여 중 미검증 기술에 대한 대국민 정보 제공이다. NECA가 재평가한 방사선온열치료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온열치료의 급여 적용 타당성 검토를 목적으로 NECA에 재평가를 의뢰했다. NECA는 2021년, 방사선 온열치료에 관한 질 높은 수많은 출판 논문 중 암종별로 단 1~2편의 논문만을 근거로 ‘권고하지 않음’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해당 논문은 국내에 도입 및 사용하지 않는 장비를 대상으로 발표된 사례까지 포함되었다. 제대로 된 검증을 위한 국내 임상 시험기관 모집이나 10년 이상 사용되어온 요법임에도 코호트 분석 시도조차 없었으며, 임상에서 오랫동안 온열치료를 직접 수행한 의료진의 임상 경험, 증례 및 임상 소견은 물론 암 환자들의 대면인터뷰 또는 설문 조사 등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보건당국은 2024~2028년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의료 질 제고, 비용 관리 강화, 적정 의료이용 유도를 위한 비급여 관리 강화 등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의료기술에 대한 주기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등재급여에 대한 주기적 재평가 결과 제공 및 비급여 보고 제도 대상 평가 결과 제공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이에 따라 NECA는 의료법 제53조~제55조에 근거하여 국내에서 사용 중인 다양한 의료기술을 평가한다. 이 재평가 사업은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평가를 통해 임상적·정책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의료기술의 적정 사용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특히,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국내 보건의료 체계내로 도입된 의료기술의 임상적·안전성 및 효과성 등을 최신 양질의 근거에 기반하여 다양한 대체기술들과 비교·분석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 시행일인 2007년 4월 28일 당시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제4항에 따라 고시된 요양급여 비용 내역에 포함된 의료행위(비급여 포함)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즉, 재평가 대상은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친 요양급여 대상 및 비급여 대상 의료기술을 의미하며,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 제한적 의료기술 및 혁신의료기술은 제외된다.

NECA는 의료기술재평가를 위한 평가 항목과 방법으로 국내외 발표된 1차 연구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 가이드라인 검토, 환자 자료나 건강보험 청구 자료 분석 등을 통한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을 첫 번째 평가 항목으로 삼았다. 또한, 허가 및 건강보험 등재 관련 사항, 건강보험 청구자료(의료 통계 데이터), 문헌 검토, 건강보험공단 비급여 보고자료(기관 간 협조), 조사 자료 등을 통한 이용 현황을 두번째 주요 평가 항목으로 정하였다. 더불어, 필요한 경우 문헌 검토, 비용효과 분석, 재정 영향 분석 등 경제성 항목과 환자 초점 집단 면접 조사, 설문 조사 등을 통한 사회적 가치 항목도 평가 항목 및 방법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2025년 1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급여 치료 효과를 고려한 사용 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비급여 재평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2025년 3월 6일 신의료기술평가규칙 일부 개정을 신속히 단행했다. 이는 ‘사용 범위 명확화’라는 명목 아래, 신의료기술의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 결과 고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는 조치였다. 기존에는 2007년 신의료기술평가 도입 이후 진입한 기술만 해당 범위로 고시했으나, 개정 후에는 신의료기술평가 도입 전부터 사용된 비급여 항목도 재평가를 거쳐 범위 고시 대상으로 확대 포함시켰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건당국은 비급여 품목에 대한 퇴출 근거를 마련했다. 나아가 NECA에서 2019년부터 '권고하지 않음'으로 재평가된 의료기술 총 23건에 대한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을 개정하여 직권조정 근거 조항을 2025년 8월 중으로 신설하고, 국민건강보험심의위원회(건정심)의 심의를 거쳐 2025년 9월 7일부로 요양비급여 등재 삭제라는 초강수의 퇴출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보건당국의 졸속 조치는, 중증 질환인 암 치료 품목까지 영향을 미쳤다. 의료진과 암 환자들에게 매우 긴요하고 적절한 치료법일 수 있다는 균형적 판단이나 합리적 의사결정을 회피했다. 대신 실손 보험사의 청구 및 지급이 높은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암 치료 비급여 품목들을 비급여 등재에서 삭제하고 퇴출시키겠다는 큰 목표를 정한 셈이다. 그야말로 보건복지부장관 권한으로 기관 간 관련 기준과 규칙을 바꾸고 관련 조항을 새로 만드는 등 주먹구구식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칼럼은 보건당국의 정책 수립 근거인 법규 등을 다루고 있어 독자들이 읽기에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중증 질환인 암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나 주장을 배제하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보건 정책에 관한 기준과 시행규칙을 급하게 제정 및 개정함으로써, 수많은 암 환자들의 치료받을 기회 및 치료 선택권이 제한받는 등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음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궁극적으로는 제대로 된 국가 암 치료 시스템을 확립하자는 것이 칼럼의 목적이다. 필자는 지난 칼럼 64편부터 매주 이 주제를 주요 사안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온열치료는 당초 심평원이 급여적용 타당성 검토를 위해 2021년 NECA에 재평가를 의뢰했고, NECA는 ‘권고하지 않음’으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놀랍게도 연구 배경과 달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급여 포털 사이트에서 온열치료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권고하지 않은 의료기술’이라고 홍보하듯 공개하고 있다. 100% 환자 본인 부담인 인정 비급여 항목인 온열치료를 왜 국가 기관인 건강보험공단에서 앞장서서 이러는 걸까? 과연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안내일까?

이러한 의구심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실손 보험사들이 최근 병원에 발송한 공문 내용이다. 지난 7월 31일 세 가지 주사제 품목에 대한 NECA 재평가 보고서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8월 초부터 요양병원 및 한방병원장을 대상으로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은 “고주파 온열 암 치료 및 세 가지 주사제 품목에 대한 환자 처방 자제할 것”과 “보험금 청구 시 심사를 통해 청구가 거절될 수 있음”을 넌지시 통보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전임 정부에서 마련한 로드맵에 따라 보험사도 함께 행동을 개시하는 양상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보건당국에 진심으로 바란다.

지지적 암치료에 필수적인 온열치료 및 세가지 주사제 품목에 대해 원래대로 요양 비급여 등재를 유지하고 동시에, 실손보험 상품을 계약하고 보험금을 납입해 온 보험 수혜자들에게 보험에서 정한 약관대로 치료비를 보장하길 촉구한다.

또한, NECA에 제안한다. 급여 적용 타당성 검토 목적으로 2021년 심평원으로부터 의뢰받아 재평가한 온열치료(방사선 온열치료 및 온열 치료 계획)는 이미 4년 경과했다. 무작정 등재 삭제나 퇴출을 논하기보다, 지지적 암 치료법으로 제대로 된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재평가가 어렵다면, 임상 평가 보고서를 규제 당국에 보고한 기기, CE-MDR 인증 등 외국 규제 당국의 강화된 인증을 통과한 기기 혹은 다기관 전향적 임상실험이 출판 보고된 검증된 기기 등 보건당국이 명확한 기준부터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료기술의 적정 사용을 도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국내에 온열 암 치료기가 과잉 보급된 것은 사실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술 문서만 갖추면 허가를 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기초 실험뿐 아니라 국제학회에서 정한 품질 수준을 충족해야 함에도, 그러한 사실조차 모르는 장비업체들이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암종별 프로토콜도 없으며 규제 당국에 시판 후 임상 평가 보고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분명히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기본적으로 온열치료 임상 표준 지침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재평가를 위한 평가 항목과 평가 기준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가령, 교과서(Textbook), 임상 진료 지침, 지지적 암 치료 선진국의 관련 전문 또는 국제 학회 등에서 해당 기술의 의학적 타당성이 있어 사용 권고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온열치료는 이미 여러 나라의 교과서에 등재 되어있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에서는 표준 치료 지침이 마련되어 있으며, 미국을 필두로 한 아메리카 대륙의 온열종양학회(STM), 아시아지역의 아시아 온열종양학회(ASHO), 유럽의 유럽 온열종양학회(ESHO) 등 대륙별 국제 학회와 각국의 온열 종양 학회가 오래 전부터 활발히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온열치료를 항암 화학 치료, 방사선 치료 및 면역치료와 병행할 경우, 단독 치료의 치료율을 크게 높이고 생존 기간의 연장, 합병증 감소, 재발률 감소는 물론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는 유의미한 개선 효과들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수없이 보고되고 있다. 이는 온열치료가 분명한 치료 효과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더구나, 온열치료는 약물 치료제와는 달리, 과학 기술 발전에 발맞춰 최신 기술을 끊임없이 적용하여 진일보하고 있다. 따라서, 암 치료에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 충분히 비용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료기술재평가를 위한 평가 기준을 보다 폭넓게 수립하는 전향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다년간 임상 경험을 축적한 의료진을 통한 정기적인 다면 평가, 임상 증례 보고, 그리고 온열치료를 받은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면 인터뷰 및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축적된 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7월 말,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폐지됐으며 보건복지부장관 또한 새로 임명되었다. 전임 정부가 세웠던 비급여 퇴출 계획 아래 보건복지부장관의 전결 및 고시 권한을 활용한 기준과 시행규칙에 의도적이고 편의적인 조항들을 졸속으로 변경하거나 신설하는 등의 전횡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새로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점을 세심히 살피고, 중증 질환인 암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온열치료 및 지지적 암 치료법을 임상에서 보다 발전적으로 진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한, 실손 보험사는 그들이 개발하고 정부가 허가한 실손 보험 상품들에 대해 약관우선주의에 따라 상품의 개별 약관대로 청구 지급에 성실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난 칼럼 68편에서 필자가 밝힌 ‘근거 기반 회복기 통합 암 치료를 위한 제안’을 복기해보면, 지금은 시대적 요구인 환자 중심의 새로운 선진 의료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새 정부를 비롯한 의료계(표준치료병원, 요양병원/한방병원), 제약 및 의료기기업계, 실손 보험업계 및 암환자 단체 및 모든 이해 당사가 함께 의료 환경·제도 개선 및 법령 제·개정 등 암 치료에 있어서 전향적인 의료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