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만 온열치료 칼럼니스트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은 2021년 12월, 중증 암 치료에 사용하는 행위 기술인 방사선온열치료(고주파 온열 암 치료)에 대한 의료기술재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NECA는 평가배경을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그림 1] NECA의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2021 방사선 온열치료 화면 캡처

NECA의 이러한 평가배경 및 평가목적에 따라 방사선온열치료에 대한 의료기술재평가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림 2] NECA의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2021 방사선 온열치료 – 결론 부분 캡처화면

암 환자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는 또 다른 의료기술재평가 보고서의 사례로는, 올해 7월 말, NECA가 발간한 보고서를 들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암 환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주사제 세 가지 품목에 관한 것으로 보고서에 명시된 평가배경은 다음과 같다.

▲[그림 3] NECA의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2025 싸이모신 알파1 – 평가배경 부분 캡처화면

[그림 3]에 제시된 이러한 평가 배경과 목적에 따라 비스쿰 알붐, 이뮤노시아닌, 싸이모신 알파1을 재평가한 보고서의 결론은 제제별로 [그림 4]와 같이 전하고 있다.

[그림 4] NECA의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2025 비스쿰알분, 이뮤노시아닌, 싸이모신 알파1 – 결론 부분 캡처화면

회복기 암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품목에 대하여, NECA가 발간한 ‘2021년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 방사선온열치료’와 ‘2025년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 – 주사제 3종’을 [그림 1]에서부터 [그림 4]를 통해 잠시 살펴보았다. NECA라는 동일한 기관에서 수행한 의료기술재평가사업 보고서임에도 평가배경과 목적은 왜 서로 다를까?

방사선온열치료에 대한 재평가 사업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예비급여부가 2021년 3월 23일 온열치료 기술의 급여 적용 타당성 판단 등 의사결정에 필요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NECA에 재평가를 의뢰하였다고 보고서에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반면, 최근 평가한 3가지 주사제 품목에 대해, NECA는 비급여 상세 내역 조사 자료를 인용하여, 해당 약제들이 종양용약 가운데 진료비 규모가 큰 항목에 속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 기술은 2020년 12월 31일 수립된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에 따라 적정 의료서비스 제공과 합리적 의료 이용 지원을 목적으로 유관 기관의 요청을 받아 의료기술재평가 대상으로 선정되었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에 NECA는 2024년 4월 12일 개최된 제4차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에서 재평가 계획서와 소위원회 구성안을 심의하였고,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전문적이고 심층적으로 검토하여 재평가를 수행하였다고 보고서에 서술되어 있다.

필자는 보고서에서 이들 세 가지 주사제 품목이 비급여 상세내역조사에서 진료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평가대상이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이들 주사제 품목의 재평가 보고서 평가배경에 서 밝히고 있는 "비급여 상세내역 조사의 진료비 규모가 큰 항목에 속한다"라는 부분에 주목했다. 진료비 규모가 커서 환자의 가계 경제 부담의 원인으로 주목한 것인지, 실손 보험사의 보험재정 손실을 초래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주목한 것인지에 대한 목적성에 의구심이 든다. 동시에 '적정한 의료서비스 제공 및 합리적 의료이용을 지원하기 위해' 유관기관으로부터 의료기술재평가를 요청받았다고 밝힌 부분 또한 석연치 않다. '유관기관'은 어디일까? 앞서 발표한 방사선온열치료 재평가보고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예비급여부가 평가를 의뢰했다고 분명히 밝힌데 반면, 작년부터 평가한 세 가지 주사제 품목에 대한 의뢰기관은 밝히지 않고 공공기관 공식보고서 답지 않은 '유관기관'이란 표현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이는 매우 급하게 평가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이번 재평가보고서에 대한 미심쩍음은 필자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계 대부분은 윤석열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사 2,000명 증원으로 인한 의료대란 및 의료파업, 그로 인한 응급 및 필수 의료 인력의 심각한 부재와 이탈의 원인을 비급여가 주 수입원인 개원병원에서 찾으려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정부는 개원병원들의 비급여 항목을 축소해야 필수의료인력의 복귀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무적 판단으로 2024년 4월 25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이하, 의개특위)를 출범시켰다는 것이 의료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윤정부의 의개특위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편, 필수 의료 수가 보상 체계 개편, 비급여 및 실손보험 관리·제도 개선, 대형병원 쏠림 해소를 위한 의료전달 체계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및 보상 체계 마련 등 주요 의료 현안을 다루기 위해 출범했다. 그러나 정작 그 논의의 중심에 의료계는 빠진 형국이었다.

▲[그림 5]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00-03-24 16:22 ‘의료보험수가 조정 및 급여범위 확대’ 내용일부 발췌

인정 비급여는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당시, 임의 비급여 제도를 대폭 개선하여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영개선 도모와 일부 고가의 약제를 환자의 전액 부담시켜왔던 관행을 해소할 목적으로 시행되었음을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정부의 의개특위는 중증질환인 암 치료에 사용하는 비급여 품목들을 축소할 뿐만 아니라, 아예 2025년 8월 중으로 비급여 등재 삭제 조항을 신설하여 NECA의 재평가 보고서에 따라 ‘권고하지 않음’으로 결론 난 지지적 암 치료의 주요 품목들을 퇴출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의료 소비자인 암 환자들의 치료받을 기회와 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의 환자의 기본권까지 침해하는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동시에 비급여 시행규칙에 해당 내용을 끼워 맞추기식으로 신설하여 2025년 9월 7일 자로 실행하고자 했다. 이는 분명 의개특위의 활동 목적인 실손보험 관리제도 개선과 부합하는 듯 보이지만, 보험 소비자의 권익을 낮추고 보장권을 빼앗는 보험사 편향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암 환자 단체 및 의료계는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최근 의료기술재평가 보고서와 그 평가 배경에 드리워진 깊은 의구심을 살펴보았다. 특히, 비급여 품목 퇴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의 불투명성과 졸속 추진은 의료 소비자인 암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남긴다. 이러한 현실은 과연 보건당국의 조치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금 묻게 한다. 다음편을 통해 현 보건 정책의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신의료기술평가 제도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전향적인 선진의료 시스템의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References:

1.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2021_방사선온열치료_근골격계종양 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2.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2025_비스쿰 알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3.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2025_이뮤노시아닌, 한국보건의료연구원

4. 의료기술재평가보고서2025_싸이모신 알파1, 한국보건의료연구원

5. 2025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례학술회의_발표자료집, 한국보건의료연구원

6.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00-03-24 16:22 [의료보험수가 조정 및 급여범위 확대]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10000&bid=0027&act=view&list_no=18981&tag=&nPage=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