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 수영장이나 워터파크, 해수욕장 등에서 시원한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그런데 물놀이 이후 귀가 가렵거나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들 역시 함께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8월에 귀 관련 질환으로 내원하는 환자 3명 중 1명이 ‘외이도염’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아나 젊은 층에서 외이도염이 흔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활동량과 물놀이 노출이 많은 계층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외이도염이란?
외이도염은 고막 바깥쪽에 위치한 외이도(귓구멍) 피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귀는 외이, 중이, 내이로 나뉘며, 외이는 다시 귓바퀴와 외이도로 구성된다.
외이도는 약 2.5~3.5cm 길이의 S자형 통로로, 이물질이 피부 안쪽으로 쉽게 침투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외이도에는 피지샘과 땀샘이 있고 항균 성분이 있는 귀지가 자연적으로 생성되며, 이는 세균과 이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일종의 방어 기전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구조가 손상되거나 과도하게 자극되는 경우 방어기능이 약해지면서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염증을 ‘외이도염’이라고 하며, 통증·가려움·분비물·먹먹함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심할 경우 고름이 생기거나 고막 내부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왜 여름철에 급성 외이도염이 흔할까?
여름철에는 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아 외이도 내 세균과 곰팡이가 증식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물놀이 후 유입된 세균에 귀에 남은 물기, 자주 귀를 만지는 습관, 무리한 면봉 사용 등이 겹치면 외이도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귀에 들어간 오염된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으면 외이도 내부가 장시간 습한 상태로 유지되며 세균이 번식하게 된다.
또한 수영장 물에 포함된 소독제나 바닷물의 염분, 불순물 등은 외이도의 피부 장벽을 자극하거나 손상시켜 감염에 더 취약한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외이도 피부가 민감한 사람이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단 한 번의 물놀이만으로도 급성 외이도염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외이도염은 연간 약 1~3%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흔한 귀 질환이며, 여름철 물놀이 이후 그 발생률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아나 영유아는 피부가 연약하고 귓구멍이 좁은 특성상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외이도염에 더욱 쉽게 노출된다.
귀는 ‘소독’ 대상이 아닙니다 — 알코올·과산화수소수 사용하지 마세요
귀가 불편하다고 해서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수로 귀를 소독하려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 물질은 일시적인 청량감을 줄 수 있으나, 외이도 피부(외이도 상피조직)를 자극하고 건조시키며, 정상적인 방어막인 피부보호층을 제거함으로써 감염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외이도는 마치 가죽 제품처럼, 자연적인 유분과 수분 밸런스를 유지해야 보호 기능을 할 수 있다. 고급 가죽 제품을 알코올로 닦으면 금세 갈라지거나 손상되는 것처럼, 귀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소독은 오히려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 세균 침입의 ‘문’을 열게 된다.
과산화수소수의 경우 일시적인 거품 반응으로 귀지가 녹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외이도 상피층의 박탈과 자극이 뒤따른다. 외이도염을 예방하려다 되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물놀이 후 귀 관리는 이렇게
귀 건강을 위해서는 ‘소독’보다 ‘건조’가 핵심이다. 물놀이 후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고개를 기울이거나 귀를 가볍게 당겨 물기를 자연스럽게 빼주는 것이 우선이다.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할 경우에는 찬바람 또는 약한 바람으로 20~30cm 떨어진 거리에서 천천히 말리는 것이 안전하다.
단, 물기를 제거한 뒤 외이도 피부가 예민하게 느껴지거나 건조함이 불편하게 지속될 경우에는, 전문의의 판단과 지도에 따라 보습 성분이 함유된 크림 제제를 약간 발라주면 지나친 건조를 막을 수 있다.
면봉 사용은 가볍게 닦거나 약을 바르는 등 제한적 용도로만 사용 해야 하며, 외이도가 가렵다고 해서 귀를 심하게 후비는 것은 금물이다. 자주 후비면 피부가 벗겨지거나 미세한 상처가 생겨 감염의 원인이 된다. 가려움이 지속될 경우, 이비인후과에서 외용약이나 전문 처방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귀가 답답하거나 습한 느낌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외이도염을 방치하면?
급성 외이도염은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호전되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만성 외이도염으로 진행되거나, 드물게 고막을 천공시키고 안쪽 중이까지 염증이 확산되어 중이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급성 중이염은 고막 안쪽의 중이강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통증·발열·청력 저하 등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소아는 표현이 어려워 진단이 늦어질 수 있으므로, 귀를 자주 만지거나 보채는 등의 행동이 있을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조언
귀는 소독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다. 물놀이 후에는 귀에 들어간 물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부적절한 방법으로 닦거나 후비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수 등 자극적인 물질은 오히려 외이도의 보호막을 손상시키므로 사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귀가 가렵거나 통증이 있을 때는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이도는 섬세하고 민감한 부위입니다. 적절한 관리와 예방을 통해 여름철 물놀이를 안전하게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