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치료 전문가 강상만 칼럼 ㉑] 국내 시판 중인 온열 암 치료기의 이해

엠디포스트 승인 2024.09.20 08:54 | 최종 수정 2024.09.20 12:09 의견 0

▲온열치료 전문가 강상만 칼럼니스트

길었던 추석 연휴를 지나, 이번 칼럼은 조금 읽기 쉬운 주제를 다뤄보려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러 방식의 온열 암 치료 장비들이 있다. 식약처에 등록된 의료용 고주파 온열기(사용 목적: 암 치료기기)는 2023년 10월 기준, 27개 품목이다. 이 중에서 취소 및 취하된 품목인 6종과 수출용 한정 품목은 3종을 제외하면, 국내에 판매 중인 품목은 18종인 셈이다.

2004년 필자가 유럽식 온열 치료법을 한국에 처음 소개한 이후 10여년 간 국내 고주파 온열 암 치료 시장은 헝가리의 온코썸사가 90년초 출시한 EHY-2000과 2006년 독일의 셀시우스42+사가 출시한 셀시우스 TCS 장비가 전부였다.

2015년부터 국내산 의료용 고주파 온열기가 등장하면서 고주파 온열 암 치료기의 춘추전국시대가 된 모양새다. 온코써미아라고도 불리는 EHY-2000과 셀시우스 TCS 장비는 13.56MHz의 고주파를 사용하는 정전용량방식(Capacitive 또는 Condenser)의 온열 암 치료기이다. 현재까지 국산 제품을 포함한 시장에 출시 및 판매된 장비는 13.56MHz의 무선 신호(RF: Radio Frequency)를 쓰는 정전용량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무려 9종에 이르지만 동일한 13.56MHz를 사용하더라도 장비에 탑재된 출력 용량은 제각기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전용량방식이 아닌, 고주파를 쓰는 또 다른 형태인 안테나 방식(Radiative)의 장비는 현재, 국내에 3종이 있다. 이 중 2종은 국소 심부 온열 암 치료기이며 나머지 1종은 표재성 암 온열 치료기이다. 이밖에 다른 방식으로는 460KHz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기(사용 목적: 암 치료 보조)가 있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장비들이 있지만, 치료적 효과는 천양지차이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용 고주파 온열기의 품목 허가를 심사할 때는, 기계의 기술문서만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지정된 시험원에서 전기적 특성, 전자파 장애 시험, 장비에 장착된 출력 시험 등 정해진 항목에 대하여 시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해 기술문서를 평가하는 허가 등록 제도이다.

따라서, 인체 적용에 따른 안전성 및 유효성 그리고 부작용 등에 대한 추가적 평가는 결국 제조사가 시판 후 임상에 적용하며 제3의 전문가가 평가한 별도의 보고 자료를 내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인체 근육 등가 시험(팬텀 실험 또는 방사선 더미 실험 등)과 동물 시험은 기본이며 유럽과 같이 실제 환자 적용에 대한 시판 후 감시(PMS; Post-Market surveillance)를 통한 전문가의 임상 평가 보고가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필자는 독일 셀시우스 TCS 장비를 국내에 도입 후, 2013년부터 3년간 임상장비 및 연구비 지원을 통해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세 가지 암종에 대한 항암 화학색전술, 방사선치료 및 온열치료 병행 요법에 의한 전향적인 임상 연구를 수행했다. 이에 앞서 심부 온도 검증을 위한, 살아있는 돼지의 간에서 온도를 실측 연구를 수행했다. 이들 연구에 대한 임상 결과는 국내 및 국제 종양 전문 저널에 출판됐다.

이러한 임상 연구들은 환자에게 고주파 온열 암 치료 장비를 적용하는 데 있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함으로써 치료의 수준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이자 가장 보편적으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지난 칼럼 19편20편에서 소개했던 유럽의 강화된 의료기기법(CE-MDR)에서 강조하는 매우 엄격해진 시판 후 감시 활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이딥600WM의 경우, 이 새로운 CE-MDR 규정에 부합된 엄격한 시험을 거친 4,000건의 시판 후 임상 평가 보고 등을 통하여 2023년 6월, 업계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 인증 후 지금까지도 하이딥600WM 장비는 유럽의 국공립 대학병원에서 전향적인 임상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며 치료의 유효성과 안정성을 끊임없이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EU국가에서 제조하는 다른 온열치료 장비들은 아직까지 CE-MDR 인증 취득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으며 국내 제조사들은 시판 후 감시활동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보인다.

유럽의 온열치료 환경은 나라별 학회와 그룹들이 존재한다. 독일 온열종양학회, 스위스 그룹, 이탈리아 그룹 및 네덜란드 그룹 등의 온열 종양 전문가들은 유럽을 대표하는 유럽 온열종양학회(ESHO)를 필두로 온열 암 치료 장비의 가이던스를 규정하고 요구조건을 충족해야 임상에서 검증된 장비로 인정하는 분위기는 강화된 유럽 의료기기법인 CE-MDR 이전부터 있어왔다. 고로, 의료기기 국제조화기구에 따라 유럽의 법규가 강화된 만큼 한국 정부 또한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한국의 의료기기법도 조만간 엄격히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칼럼을 통해 온열요법을 전함에 있어, 암을 치료하는 병원의 의료진 및 병원 관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허가제도 및 임상 평가 시스템에 대해 의외로 잘 모르고 있음을 알게 됐고, 이렇게 칼럼을 통해서라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와 더불어 암과 싸우는 환우분들 또한 이런 점들을 좀 더 알고 나면 온열 암 치료에 대한 신뢰가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여러 병원의 온열치료실을 방문해 보거나 원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온열치료에 대해 정말 궁금해하는 점이 매우 많다. 이에 대해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온열 암 치료에 대한 의료진과 치료사 선생님들의 궁금증을 해소코자, 독일 및 이탈리아에서 30년 이상 임상 경험을 가진 온열 전문가들로부터 답을 구하여 자체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왔다. 이 칼럼을 읽고 궁금하신 질문 사항은 필자 또는 회사에 문의하면 친절하게 응대해 드리겠다.

이번 칼럼에서 마지막으로 전할 내용은 온열 암 치료의 열량 프로토콜을 적용하는 데 있어 치료사의 정보 부족에 따른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자 한다. 한 가지 장비만 수년째 운영을 할 경우 온열치료의 출력(와트)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칼럼 전반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3.56MHz의 고주파를 사용하는 장비마다 탑재된 출력 제원은 각기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고주파 온열 암 치료 장비마다 150와트, 200와트, 250와트, 300와트 및 최대출력 600와트까지 다양한 출력이 탑재된다.

일례로, 최대 출력 150Watt를 탑재한 장비의 사용 경험만 있는 치료사는, 치료 시 150와트를 최대치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 치료사는 300와트 이상의 출력으로 환자를 치료하면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함께 죽게 된다는 인식은 매우 한정적이고 잘못된 정보 경험에 기인한 것이다.

필자가 지난 칼럼 18편, 고주파 온열 암 치료의 핵심, 열량(Kcal) 흡수편에서 언급했듯이, 치료 시간 60분 동안 300와트를 전달할 때 비로소, 심부열은 43℃에 도달(이때의 열량은 1,080KJ로 258Kcal로 환산됨)한다. 정전용량방식의 고주파에 의한 생체열은 13.56MHz 주파수의 특성상 병든 세포, 암세포 및 염증세포에 반응한다. 반대로 정상세포는 100MHz 이상의 고주파에 반응하며 이전 칼럼에서 반복해 전하였듯이 종양세포는 43℃에서 자멸사가 유도되는 반면, 정상세포는 45~46℃에 도달해야 죽게 된다. 그러나, 국소적으로 특정 부위에 열이 가해질 경우 우리 인체의 혈류는 쿨러(Cooler)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가온 열을 씻어내려고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43℃에 이르는 열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출력을 높여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온열 암 치료의 목적 성취일 것이다.

독일 셀시우스TCS 장비나 하이딥600WM의 경우 장착된 최대 출력 제원은 600와트이다. 이는 국제기준에서 정한 정전용량방식의 장비의 출력 Max .600와트를 충족하는 기준이다. 그러나, 두 장비에 서로 다른 점은 고주파가 두 교환장(상하전극)에서 전기 플럭스, 즉 전기장을 형성할 때 작동하는 방식이 셀시우스TCS 장비와 하이딥600WM은 서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출력 레벨을 똑같은 수준으로 주는 것이 어렵다. 치료 중 출력이 올라갈수록 환자가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셀시우스TCS의 경우, 13.56MHz 고주파 신호를 쉴 새 없이 양전극 사이에서 교환장(전기장)을 만들며 생체열을 올리게 된다. 때문에, 250와트에도 환자는 통증을 느낄 수 있어 더 이상의 출력 상승이 어렵다. 반면, 하이딥600WM 장비는 동일한 13.56MHz의 고주파를 쓰지만 지난 20편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또 다른 주파수인 ASK(디지털진폭편이)가 13.56MHz 고주파와 결합하여 강력한 펄스파형 전기장을 형성해 인체에 깊은 곳까지 침투하므로 400와트의 고출력 전달이 가능하고 환자도 무리 없이 순응하며 받아들일 수 있다.

온열 암 치료에 대한 대부분의 문헌에서 전하는 결론은, 환자는 60분 동안 최소 150와트 이상의 출력에너지를 흡수해야 하며, 열량을 많이 흡수할수록 환자의 생존율이 높고 삶의 질 개선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고주파 온열 암 치료에 임하는 치료사는 장비별로 제원이 다 다르고 작동하는 방식 또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조사가 제공하는 프로토콜의 적극적인 활용(하이딥600WM의 경우 암종별 프로토콜이 내장)을 비롯해, 임상 경험 많은 의료진 지시와 본인의 경험에 따른 의견을 상호 간에 충분히 상의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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