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은 목 앞부분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우리 몸의 체온을 유지하고 신체 대사 균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갑상선의 악성 종양이 생기는 질환을 갑상선 암이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암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갑상선암 환자(진단코드 C73)수는 413,573명으로 2020년(366,145명)보다 12.9%가 증가할 만큼 지속적으로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진행 속도가 느려 ‘착한 암’ 혹은 ‘거북이 암’으로 불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 유효한 이야기다. 초기 단계에서 치료할 경우 예후가 매우 좋고 완치율도 높지만, 치료 적기를 놓쳐 림프절이나 주변 장기로 전이되면 수술 범위가 커지고 목소리 변화와 같은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착한 암’이라는 인식에 기대어 방심하기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우영 교수가 말하는 갑상선 암에 대해 알아보자.
▲갑상선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나 진행될 경우 멍울이 만져질 수 있다.
목에 잡히는 딱딱한 멍울, 갑상선암이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도
갑상선암은 발병 초기 뚜렷한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환자의 상당수가 통증이나 특별한 신체적 이상을 느끼지 못한 채, 건강검진이나 다른 진료 중 초음파 검사를 통해 우연히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초기 단계에서는 환자 스스로 병을 의심하거나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갑상선 상태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거나 결절의 크기가 커지면 비로소 신체적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목 앞부분에 멍울(결절)이 만져지는 것이며, 결절이 기도를 압박하거나 성대 신경을 침범하면 쉰 목소리가 나거나 호흡 곤란,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연하 곤란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만약 목에 잡힌 멍울이 매우 딱딱하고 주위 조직에 고정되어 잘 움직이지 않거나, 이유 없이 목소리 변화가 지속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초음파로 결절 확인 후 ‘세포검사’로 확진… CT로 전이 여부 파악
갑상선암 진단은 일차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의료진은 초음파 영상을 통해 갑상선에 생긴 결절의 모양, 크기, 위치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악성 가능성을 판별한다. 만약 초음파상에서 암이 의심되는 결절이 발견될 경우, 가느다란 주사바늘을 이용해 결절 내부의 세포를 채취하는 ‘미세침흡인세포검사’를 시행하여 암 유무를 최종 확진한다. 이 검사는 별도의 마취가 필요 없고 검사 시간이 짧으며, 환자가 느끼는 통증도 적어 외래에서 간편하면서도 정확하게 시행할 수 있는 필수적인 검사법이다.
암으로 확진된 이후에는 병기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수술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경부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CT 검사는 림프절 전이 유무나 주변 장기로의 침범 범위 등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 맞춤형 치료 시대… ‘적극적 감시’부터 정교한 ‘로봇수술’까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암의 크기가 1cm 미만으로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으며, 기도가 성대 신경 등 주요 장기와 떨어져 있는 ‘저위험군’일 경우에 한해 수술을 미루고 경과를 지켜보는 ‘적극적 감시’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는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암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다가 진행 소견이 보일 때 수술하는 방식이다. 다만, 암의 위치가 나쁘거나 전이 위험이 높은 종류라면 크기가 작더라도 지체 없이 수술해야 하므로, 치료 방향은 반드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의 심층 상담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수술이 결정되었다면 종양의 크기와 위치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갑상선 전체를 제거(전절제)하거나 한쪽 엽만 제거(엽절제)한다. 과거에는 목 앞부분을 절개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흉터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미용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로봇수술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로봇수술은 겨드랑이나 입안 점막 등을 통해 접근하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목 부위에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집도의는 10배 이상 확대된 3차원 고해상도 시야와 손 떨림이 방지된 로봇 팔을 이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섬세한 조작이 가능하다. 이는 되돌이후두신경이나 부갑상선 등 주요 조직을 효과적으로 보존하는 데 유리하여, 수술 후 통증이 적고 목소리 변화 같은 합병증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명확한 예방법 없어… 위험 요인 피하고 ‘정기 검진’ 챙겨야
갑상선암은 현재까지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이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예방 수칙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되는 몇 가지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 주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입증된 위험 요인은 어릴 때 머리나 목 부위가 방사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이며, 이 외에도 부모나 형제 중 환자가 있는 가족력(유전), 비만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요오드 섭취 불균형 등이 갑상선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 원인으로 거론된다.
따라서 갑상선 건강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단과 꾸준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예방법이 없는 만큼 ‘조기 발견’이 곧 최선의 예방이자 치료법이다. 정기적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아 자신의 갑상선 상태를 미리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