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84편에서는 새롭게 신설된 관리급여 항목에 들어간 고주파 온열 암치료의 현실과 현장의 어두운 실상 그리고 관리급여에 들어가게 된 이유로 짐작되는 사항들을 전하였다.
생소한 관리급여 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의료계에서는 일정기간 자체 기준을 마련하여 자율적으로 관리한 뒤 정책 검토를 거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암 치료 분야에서도 자정하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칼럼 2부에서 언급한 의료의 상업화 현실이 결국 의료계 및 암 치료 분야를 해치기 때문이다. 암과 사투중인 환자들은 요양병원과 한방병원들이 ‘단지 우리를 돈으로만 보고있단 말인가’ 라고 원망 섞인 부르짖음을 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신약성경 구절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업자득, 사필귀정, 선인선과(善因善果) 및 악인악과(惡因惡果)와 같이 예로부터 결국 인과응보로 귀결되는 보편타당한 현실 앞에 우리는 서 있는 셈이다. 이는 암과 싸우는 환자의 치료를 돕는 것이 아닌, 온열치료를 돈 버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수많은 병원들로 인해 우리 모두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물론 모든 병원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의료에 진심인 의료진과 병원들도 많다. 이들 환자들과 함께 선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국가의 보건정책 수립 시 매우 신중하게 숙고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과잉진료·과잉처방 문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 하에, 실상은 실손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려는 당국은, 성급한 규제에 앞서 의료적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영향이 미칠지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암을 치료하는 방사선 온열치료를 끝내 퇴출시키려는 의도는 결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섣부른 교각살우의 오류를 범하는 졸속 의료정책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 이는 현재 보건당국의 온열치료에 대한 추진 방향이 시대를 역행하고 글로벌 기준을 거스르는 정책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9일 도수치료, 온열치료 및 신경성형술 등 세 가지 비급여 항목이 보건당국에 의해 관리급여로 선정되었다. 이에 의료계는 침통함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며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예고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다.
주요 언론 및 방송매체를 비롯한 의료·보건전문매체에서도 관리급여에 처음 선정된 비급여 항목과 관련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 보도된 제목들을 훑어보면, 제목에서부터 긴박감과 긴장감이 흐른다.
추가로 관리급여에 선정될 것으로 알려진 통증 치료 분야에서는 암환자의 통증 관리까지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기사는 ‘관리급여의 역설’이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1차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에서 간신히 제외되었지만 다음 협의체에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체외충격파 분야에서는 ‘한숨 돌린 충격파학회, 쇄신 위한 5대 플랜 제시’라는 기사를 통해 전문가 주도 자율정화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고 보도됐다.
이렇게 뜨겁게 달궈진 관리급여 이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이재만 정책이사는 관리급여 전환 막기 쉽지 않다며, 의사들에게 고통스럽지만 과잉진료 억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관리급여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라 보인다.
본 칼럼의 연재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제기해왔던 문제와 필자의 제안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자 한다. 진정한 의미의 암 치료와 환자 회복에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암 요양병원은 이제부터라도 암 회복기 또는 암 전주기를 대상으로 지지적 치료 전문 병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보건당국에 정책을 제안하고 치료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지지적 암치료를 하는 ‘전문인증병원’ 제도를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또한, 고주파 온열치료가 암치료법으로서 임상에서 신뢰성 있는 지위를 갖기 위해서는 검증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향적 임상시험 없이 규제당국(식약처)으로부터 이미 허가된 고주파온열치료기(의료용 고주파온열기)는 이제라도 반드시 국제적 기준에 따른 임상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나아가 주기적으로 임상평가 보고서를 규제당국에 제출해야만 안전성 및 효과성에 부합하는 장비의 품질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규제당국은 유럽의 CE-MDR 제도와 같이 제조자는 반드시 어떤 암종이든 정기적인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보고해야만 장비의 제조·판매 및 유통에 관한 유효기한을 연장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조·판매 허가권을 직권으로 회수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품질 수준이 저하된 장비의 난립을 막고, 장비의 품질과 의료의 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곧 암 치료율과 생존율을 높이는 선순환이 될 것이다.
필자는 앞선 칼럼을 통하여 검증된 장비에 대한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고, 국제 임상연구 보고서 등을 통한 근거 기반 적응증에 한하여 온열치료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등에서 임상경험이 풍부한 온열치료 전문가들은 온열치료를 단독요법으로 권하지 않는다. 따라서, 온열치료는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및 면역관문요법 등 면역치료에 병용요법으로 적용해야 한다.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온열치료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현실은 여전히 안타깝다. 온열치료가 제대로 된 암치료법으로서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가이드라인이 수립되어야 한다. 당장 지침 마련이 어렵다면, 최소한 국제학회에서 권고하는 온열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해야만 한다. 필자는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게 온열치료가 임상에서 활용될 때 비로소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암치료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국제 온열치료 가이드라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면, 필자의 이전 칼럼에 제시된 치료지침 및 프로토콜을 참조하거나 필자에게 직접 문의하시기 바란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 대학병원, 암치료 병의원, 전문가 그룹, 의료업계 및 실손보험사 등 암과 관련된 집단이 모두 함께 참여하여, 중증 질환자인 암 환자 중심으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암을 치료하는 제대로 된 병원에 보다 적절한 방사선 온열치료의 수가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제적 지지적 암치료 NGO단체 및 학술단체 등과 연대하여 근거 기반의 지지적 치료법들을 공유함으로써 암 치료율 및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인권의 시각에서 볼 때, 환자의 치료 옵션을 제한하고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에 보건당국이 앞장선다면, 이는 환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보건당국은 이를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