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민 시인의 '만두꽃'

홍지헌 원장이 들려주는 '시 이야기'

엠디포스트 승인 2020.03.09 09:08 | 최종 수정 2021.03.02 18:39 의견 0



만두꽃


고영민

늙은 어머니
목련나무 가지에 앉아
만두를 빚네
빚은 만두를 한 손 한 손
나뭇가지에 얹네
크고 탐스러운 만두는
한입에 다 먹을 수 없네
볼이 터져라
나는 만두를 욱여넣네
세상의 모든 목련나무의 만두는
늙은 내 어머니가 빚어놓았으니
목련나무마다
잘 쪄낸 만두꽃이 피었네
어머니, 이제 그만
내려오세요
어머니 나무 그늘 밑으로
, 떨어지네


목련꽃을 보고 순백의 신부를 연상하는 시인도 있고, 젖내 풍기는 뽀오얀 아기를 키우는 방을 연상하는 시인도 있다. 시인의 생각은 그리움을 따라가는 것이니, 탐스런 목련꽃이 늙은 어머니가 빚은 넉넉한 만두로 보이기도 하는가보다. 뜬끔없지만 감동으로 배가 부르다. (홍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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