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학은 ‘환자 중심 의학’입니다!

대한민국 통합종양학의 선구자, 대전대 서울한방병원 유화승 병원장

김은식 기자 승인 2020.12.09 08:49 | 최종 수정 2021.02.21 15:31 의견 0

“통합의학을 연구하기 전까지만 해도 의사들이 한의사들을 싫어해서 환자를 보내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연수하면서 서로의 영역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전통의학이든 현대의학이든 모든 의학은 ‘The focus is the patient’, 즉 환자가 중심이라는 것이죠. 누가 옳고 그름이 아니라 ‘무엇이 환자를 위해 가장 좋은 길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통합의학의 핵심 정신입니다.”

대한민국 통합의학의 선구자 서울한방병원 유화승 병원장은 통합의학을 한마디로 ‘환자 중심 의학’이라고 정의한다.

유 병원장은 25년간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을 결합한 통합의학,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통합 암 치료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고, ‘한국형 통합 암 치료’를 국내 처음으로 제시함으로써 암 치료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한국형 통합 암 치료’를 통해 암 환자의 완치와 생존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유화승 병원장에게 통합의학의 진정한 가치를 들어보자.

통합의학은 전통이 아닌 창조와 혁신의 의학

“본과 2학년 때 한방 종양학의 태두이시자 대전대학교 한방병원에 최초로 동서암센터를 개설하신 조종관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난치병 치료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이후 저는 통합종양학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조종관 교수는 유화승 병원장에게 한의학이 전통에만 국한되지 않고 혁신과 창조를 이룰 수 있는 학문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이후 그는 평생의 은사이자 멘토인 조 교수를 따라 종양학에 매진했고, 미국에서 보완·대체의학의 개념이 생기면서 ‘한의학의 세계화’에 대해 꿈꾸게 되었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를 알아야 한다고 결심한 유 병원장은 우선 조 교수가 연수한 중국 북경에 있는 광안문병원 연수를 목표로 중국어를 공부했다.

광안문병원 종양과는 중국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국가기관 부속 중의암센터다. 특히 이곳은 중서의결합(의한협진)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는 환자가 100병상이 넘고, 외래만 해도 하루에 1,000명에 달하는 한국에서는 절대 상상이 가지 않는 곳이다.

여기서 유 병원장이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중서의결합치료(의한 협진)’로 중국에서는 중의사(한의사)는 서의사(양의사)와 마찬가지로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유 병원장은 통합종양학의 발전 가능성과 함께 이것이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암이라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삶’을 자신의 소명으로 각인한다. 전문수련의 과정을 마친 후 유 병원장은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동시에 ‘통합종양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다.

통합의학의 무대를 한국으로 옮기다!

유화승 병원장은 교수로서 통합종양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먼저 미국의 MD앤더슨 암센터와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를 방문하며 통합의학을 통한 ‘한의학의 세계화’의 기틀을 다진다.

그리고 그때 미국의 3대 암센터인 MD앤더슨과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그리고 다나파버가 연합한 통합암학회(SIO,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를 2004년 11월에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한방 종양학의 발전이 근거 중심의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확신이 있는 유 병원장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국제학회가 아닐 수 없었다.

유 병원장은 즉시 실험논문 ‘동충하초의 신생혈관형성 억제효능’과 임상논문 ‘항암단의 각종 암 환자 69명에 대한 전이·재발 억제효능’으로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세계 통합의학 연구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유 병원장은 제1회 SIO를 시작으로 매년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유 병원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꾸준히 국제학술지에 지금까지 100여 편이 넘는 논문을 게재했고, 2007년에는 국내 최초로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최상연속증례 프로그램을 통해 ‘설득력 있는 증례’를 획득,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국제통합암학회를 2010년에 한국에서 개최하는 시금석 역할을 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유화승 원장은 통합의학의 무대가 한국으로 옮겨오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통합의학의 선행 요건은 양·한방의 소통


한국 의료에 통합의학을 정착시키고, 세계화의 초석을 다지던 유화승 병원장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유 병원장이 언제든 부르면 달려갈 수 있도록 늘 꿈꾸고 준비해왔던 MD앤더슨에서 그를 연구 교수로 초빙한 것.

“한의학을 배우러 미국에 간다는 것이 난센스로 들릴 수 있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한의학의 연구 방법론을 배우러 가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통합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한의학을 포함한 전 세계의 전통의학과 심신의학 등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선행되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규모나 핵심기술은 동양이 주축이지만, 연구 방법론과 실험적인 접근은 MD앤더슨이 최적화되었다는 것이 유 병원장의 설명이다.

MD앤더슨은 진료, 연구, 교육, 예방 분야에 있어 명실공히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실험실에서 얻은 중요한 과학적 지식이 빠른 속도로 임상 치료에 접목된다는 것은 최고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유 병원장이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바로 교육 시스템이었다.

“통합종양학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거기에 대해 전체 의료진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발표합니다. 의료진들과 계속 회의를 하면서 통합종양부서에 이런 환자를 의뢰하면 어떤 치료 효과가 있는지 근거를 제시합니다. 서로 소통하면서 의료진들에게 통합의료의 이점을 설명하는 것이죠.”

이것이 MD앤더슨에서 자연스럽게 통합 암 치료가 가능하게 된 이유다.

결국, 소통이 없으면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하면 불신이 생긴다. 대한민국 의료의 반목은 이원화가 아니라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1년간의 연수를 통해 유 병원장은 ‘소통 부재’의 폐해에 대해 뼈저리게 통감하며, 대한민국 통합의료 발전의 선행 요건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환자 중심’, 모든 의료인의 최고 가치

“의학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반합이라는 변증법을 통해 진일보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통합의료의 효과에 대해 유의미한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의료는 환자에게 삶의 질을 높이고 편안함을 주어야 합니다. ‘The focus is the patient’, 이 말은 모든 의료인이 명심해야 할 최고의 가치입니다.”

통합의학, 특히 통합 암 치료에 있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쓰러진다고 포기하면 다시는 그 길을 가지 못한다는 것이 유화승 병원장의 지론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의 여파에서도 대한통합암학회를 창립한 것도, ‘미국으로 간 허준’을 비롯해 ‘한국형 통합 암 치료’와 ‘한약 암 치료’ 등 수많은 저서를 발간하는 노력도 모두 환자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이라고 유 병원장은 말한다.

‘통합의학’, 그리고 ‘한국형 통합 암 치료’는 바로 유 병원장의 소명처럼 ‘암이라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삶’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환자 중심’이라는 최고의 가치가 확립될 때 진정한 의미의 ‘통합의학’은 완성될 것이라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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