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바름 시인의 '살은 척'

홍지헌 원장이 들려주는 시 이야기

엠디포스트 승인 2018.12.07 11:42 의견 0

살은 척

정바름

꿈속에서 죽은 친구를 만났다
그간 죽은 척했노라고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노라고 했다
꿈을 깨고서도 한참을
정말 그런 줄 알았다

난감한 일을 만나면 나도
그렇게 슬쩍 세상을 비켜갔다
안 그런 척 또는 그런 척
아무도 모를 거라 자위하며
철저히 주변을 속여왔다
나조차 내게 속곤 했다

심지어 나는 오랜 세월을
살은 척하고 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오랜만에 꿈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뵐 때가 있다. 살아계실 때 오랜만에 뵙던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꿈속에서 뵙고 나는 다시 돌아오고 아버지는 다시 돌아가시는 이런 만남도 삶의 차원을 넘나들며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아직 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은 것이고 나는 이미 죽어본 것이다.(홍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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