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산 시인의 '인생이 이렇게 어두워서야 쓰겠나 싶어'
홍지헌 원장이 들려주는 '시 이야기'
엠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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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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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이렇게 어두워서야 쓰겠나 싶어
리산
어두워지는 행성의 저녁에서
어두워지는 반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 잔 차를 끓이고 있노라면
밤은 비단처럼 부드러워지고
한 세월 잊었던 꿈처럼
지구의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며
불곰들 연어를 잡던 풀이 무성한 개울 생각
있었지 모든 것이 있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지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날이 있었지
밤새 찻물은 끓어오르고
어두워지는 반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인생이 이렇게 어두워서야 쓰겠나 싶어
어두워지는 반도 옆에
등불을 걸어둔 적이 있었지
고드름이 다 녹을 때까지
지구의 처마 끝에 서 있던 적이 있었지
인생이 이렇게 어두워서야 쓰겠나 싶어
어두운 인생을 환하게 밝히지 못하더라도, 지구의 고드름을 완전히 녹이지는 못하더라도,
비록 바람 앞의 등불일 지라도, 누군가는 희망의 등불을 켜야겠지요.(홍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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