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만 온열치료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서 고주파 온열 암 치료는 현재, 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거나 외래 진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암 환자의 재활을 돕는 전국의 많은 요양병원과 한방병원에서는 온열 암 치료 장비를 갖추고 온열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온열 암 치료 장비 공급사가 제공하는 출력(Watt)에너지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환자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각 환자의 상태와 특성을 고려하여 적정 용량의 약이 처방되는 것처럼, 환자에게 적용해야 할 종양별 열에너지 용량(Thermal Dose)는 장비마다 출력(Watt)이 달라 제각각이다.

이는 결국 온열치료를 통해 종양별 환자의 치료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근본적 문제를 야기한다. 더욱이 국내 병원에서 사용중인 온열 암 치료 장비 대다수는 기술 문서 검토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보건당국은 시판 후 실제 임상에서 환자에게 적용한 종양별 치료 결과들을 수집하여 임상 평가를 수행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기기 허가 및 승인, 관리에 임상 평가 보고서 제출을 필수로 하는 보건 관리국을 둔 일부 수입 장비만이 임상평가보고서를 갖추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제조 및 공급사 중 상당수는 시판 후 실제 임상에서 환자에게 적용한 종양별 온열치료 결과들을 수집하여 수행한 임상평가보고서가 전무하다. 임상평가보고서 제출 의무화 부재에 따른 여파로, 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과는 동떨어진, 기초 자료나 근거 자료가 거의 없는 특정 주파수를 이용한 장비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온열치료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서도 온열 암 치료에 대한 표준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이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 보다 올바르고 효과적인 치료 적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이번 주부터 온열치료에 대한 치료 지침을 ‘기초 연구부터 실제 임상까지 온열 치료를 가장 활발히 수행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중심으로’ 전하고자 한다.

온열요법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이번 칼럼에서는 독일과 한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소 용량성(또는 정전용량 방식) 고주파 온열치료(또는 RF 고주파 온열치료 또는 RF 온열치료로도 명기됨)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부터 전할 치료지침은 필자가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독일온열종양학회(DGHT)에서 2022년 승인한 가이드라인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능한 한 쉽게 풀어 전하도록 하겠다.

DGHT(독일온열종양학회) Guideline for local capacitive radiofrequency(RF) hyperthermia ver.2.0 (Aug.2022) 표지

1) 국소 용량성 고주파(RF) 온열치료의 정의 및 효능

온열치료는 발열과 관련된 자연 현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3천 년 전에도 치료법으로 언급된 바 있다. 1970년대에 들어서 방사선치료 및 화학요법과 온열요법을 병행하는 현대의 다중 치료 개념의 일부로서 온열치료의 기본 원리와 근거가 확립되었다. 현대 의학에서 온열치료는 신체 전체 또는 특정 부위를 목표로 가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발열이나 발열 유도 약물을 사용하는 내인성 전신 온열치료(WBH)와 달리, 국소 용량성 온열치료는 외부에서 열을 공급하여 신체 또는 종양에 의해 영향을 받는 장기 및 조직을 목표로 가열한다.

열 충격 반응(heat shock response)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온열치료뿐만 아니라, 외부 유해물질, 이온화 방사선, 종양 독성 물질, 저산소증, 저혈당증 등 다양한 세포 스트레스 조건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들의 공통점은 세포 핵에 포함된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세포를 형성하는 과정을 억제하고, 대신 열충격단백질(HSP)의 발현을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HSP 계열 단백질 대부분은 분자 샤페론(molecular chaperone)으로, 단백질의 접힘(folding), 단백질 수송, 다중 단백질 복합체의 조립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특정 열충격 단백질(예: HSP-70)이 면역 반응(예: 항원 제시)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단백질은 면역계의 자가 세포 살해세포(autologous killer cells)에게 신호를 보내, “약화된” 세포를 분해하도록 한다.

온열치료의 효과는 도달한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온도가42.5℃에 이르면 세포를 직접 손상시키는 독성 효과가 시작된다. 특히 혈액과 영양 공급이 부족한 종양 세포는 약간의 온도 상승만으로도 세포 사멸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한, 종양 내부에 괴사(죽은 조직) 부위가 넓게 존재하는 경우에는 열이 더 잘 모이고 빠르게 축적되므로, 가열 또는 과열이 한층 쉬워진다.

실험을 통해39℃ 이상의 온도에서도 방사선 감수성 증가 효과가 입증되었다. 이는, 방사선 치료의 이온화 방사선에 의해 생성된 종양 DNA의 단일 가닥 및 이중 가닥 손상에 대한 세포의 자가 복구 과정이, 가열된 세포에서는 억제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온도에서 특정 화학 요법제, 특히DNA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알킬화제(예: 세포증식억제제, Cytostatics) 등에서도 감작 효과가 보고되었다. 아울러, 온열치료의 추가적인 생리학적 효과로는 혈액 공급 및 혈관 투과성 상승이 있다. 이로 인해 종양이 과열된 부위에서는 종양 독성 물질의 기질 공급이 잠재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과학 실험실에서 반복적으로 연구를 수행한 결과, 치료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종양 줄기세포의 약 10~15%가 38.5~40.5℃ 온도에서 45~60분 동안 지속적으로 가열되면 사멸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온도가 높아질수록 제거되는 클론형성 세포(종양을 다시 증식시킬 수 있는 세포)의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표적 부위의 조직 온도를 높일 때 발생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면역 체계의 하향 조절(면역 기능 저하)이다. 기초 연구에 따르면, 최소 30~45분 동안 42~42.5°C 이상의 열을 가해야만 종양 세포에 대한 직접적인 손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나타났다. 이러한 온도 한계 이하에서는 화학요법 또는 방사선치료의 증강 효과가 매우 중요하며, 특히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과 NK세포(Natural Killer cells)의 자극 효과가 포함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0.5℃를 초과하는 온도 상승이 NK세포 수를 현저히 감소시켜 면역 방어 체계를 약화시킨다는 사실이 시사되었다.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보완요법을 목표로 하는 온열치료의 온도 범위는 38.5~40.5℃ 이다. 이는 범위는 주로 마일드 온열치료(Mild hyperthermia)로 불리며 전신온열요법(WBH)으로 사용된다.

온열치료의 중요한 적용 분야는 다음과 같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신체 절단을 초래할 정도의 급진적 수술법만이 가능한 국소 진행성 종양, 혹은 방사선치료나 화학요법만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없는 종양이다. 예를 들어, WHO IV 등급의 다형성 교모세포종, 두경부 종양, 국소 진행성 유방암, 기관지암, 췌장암, 골반 장기 종양 등이 있으며, 특히 자궁경부암에 대한 용량성 온열치료(capacitive hyperthermia)는 현재까지 가장 우수한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특정 조직병리학에서 온열치료의 감수성이 현저히 낮다고 알려진 근거는 없다. 따라서 흉막 중피종, 매우 큰 림프절 전이, 간 및 담도암과 같은 다른 유형의 종양에서 치료 결과가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용량성 온열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데이터는 이비인후과 종양, 자궁경부암, 식도암에 대한 무작위 임상시험뿐 아니라, 뼈 전이암에서도 확인되었다. 대만에서 연구한 Gadjar(2018)등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뼈 전이암의 방사선치료와 병행할 경우에도 유용한 보조 요법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정전용량 방식 온열치료 시스템을 뇌, 폐, 종격동 등 다른 신체 부위로 확장 적용하는 것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온열요법을 방사선 치료 및 화학 요법과 병행하면, 같은 기존 치료 방식을 저용량만 사용해도 표준 용량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부작용이 적어 환자의 삶의 질은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특히 완화적 치료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이러한 적응증에 온열치료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실행 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인체 내에서 열은 다양한 기술적 절차를 통해 발생할 수 있으며, 가온 부위에 따라 국소, 국소(부위별) 심부, 전신 온열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용량성 방식의 가열은 두 개의 전극을 필요로 하며, 전극 사이에 고주파 교류장이 형성되어 해당 신체 부위를 효과적으로 가열한다.

온열치료의 틀 안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목표 부위의 온도를 균일하고 재현 가능하게 높이는 물리적 문제다. 국소 고주파 온열치료(RF 온열치료)의 장점은 치료 내성이 매우 좋아 치료 순응도가 좋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온열치료를 덜 부담스럽게 느끼며, 눈에 띄는 추가적인 부작용은 거의 없다. 발생 가능한 경미한 부작용으로는 치료 중 직접 발생할 수 있는 열 스트레스로 인한 순환계 부담, 국소적 과열로 인한 통증이나 지방 조직에서의 경미한 화상, 또는 드물게 지속적인 감각 이상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필요한 예방 조치를 철저히 따르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RF 온열치료는 골반 및 복부의 국소 진행성 및 재발성 심부 암 치료에 있어 종양학자들 사이에서 유효한 방법으로 간주된다. 특히 국소 진행성 췌장암, 간 전이, 복막암종과 같이 국소적으로 확산된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직장암이나 S자 결장암의 전방천골 재발은 대부분 수술이 불가능하며, 완화 치료에서 주요 문제로 간주된다. 이러한 재발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천골 또는 심부 골반 통증인데, 대부분의 진통제만으로는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다. 국소 재발 환자들 중 상당수는 이미 방사선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 이들은 이미 이온화 방사선의 일부 용량을 사용했기 때문에, 추가 방사선량은 줄여서만 적용할 수 있다. 최대 허용 용량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제한된 방사선량은 단기적인 효과만을 보일 뿐이다.

80% 이상의 환자에서 화학요법 및/또는 방사선치료와 국소 온열치료를 병행할 경우, 통증이 장기간에 걸쳐 현저히 감소하거나 대부분 소실된다. 이 데이터는 화학방사선치료와 온열치료 병행 시 효과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이다. 표준 분할 방사선치료에 비해, 고빈도 가속 분할 방사선치료는 단일 조사 용량을 줄이는 대신 하루 조사 횟수를 늘린다(방사선 간격> 6시간). 이를 통해 비표준 치료에서 RF 온열치료의 이점을 한층 더 증대시키고 동시에 장기 부작용 발생률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 방사선 분할 직후 또는 두 번째 분할 직전에 가능한 한 빨리 RF 온열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도표 1 참조). 또한, 수술 전 화학 방사선 치료 계획에서 진행성 직장암에서 국소 온열요법과 표준 요법 병용에 대한 2상 및 3상 시험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 있다.

[도표 1] 43℃에서 60분간 치료 / 도표 출처: DGHT(독일온열종양학회) Guideline for local capacitive radiofrequency(RF) hyperthermia ver.2.0 (Aug.2022)

다음 2부에서는 국소 용량성 고주파 온열치료의 더 깊은 근거에 대해 이어서 다룰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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