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호랑이다!”
“큰 고양이 같아요, 너무 귀여워요!”
“호랑이 무서워요, ‘앙’ 하고 물 것 같아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 도착한 안동애명복지촌 거주인들이 모두 탄성을 질렀다. 에코로드 전망대에서 25분가량을 힘겹게 올라왔지만, 막상 호랑이를 보자 힘든 표정은 모두 사라졌다. 다들 들뜬 분위기라 잠시 웅성거렸지만, 인솔 교사들이 손짓하자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야생 호랑이는 물론 주변 관람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함께 생활해온 거주인과 선생님들이라 이 정도 소통은 전혀 문제없다. 내려오는 길도 먼저 가거나 뒤처짐 없이 질서 정연하다. 오랜만에 나온 나들이라서 그런지 모두의 얼굴에서는 잠시도 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안동애명복지촌 거주인들의 자연과 함께 하는 1박 2일의 가을 나들이의 정식 명칭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한국관광공사 경북 웰니스팀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경상북도 웰니스관광 휴(休)스테이, 경북 그리고 당신(이하 휴스테이)’ 프로그램이다.
휴스테이는 경상북도 웰니스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코로나 19 국내확산 차단 및 대처를 위해 헌신한 방역현장 대응인력에게 치유와 힐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기획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휴식형 가든스테이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2022년 9월에 3회에 걸쳐 경상북도 내 의료원과 소방서 등 90명의 의료·방역 인력에 휴식을 제공했고, 참가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휴스테이 힐링 프로그램이 의료·방역 인력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특히 장애우들에게 정서 안정과 여가 활동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 경북 웰니스팀과 함께 11월을 맞아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교육서비스실 임종태 실장은 입소 오리엔테이션에서 “그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안동애명복지촌 거주인 여러분이 매우 답답하고 힘들었을 텐데, 이곳에서 좋은 공기도 많이 마시고, 호랑이도 보면서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모두 날려버리기 바란다”라며, “수목원은 평지에 가깝게 힘들지 않은 탐방로를 가지고 있지만,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특별히 주의해 아무쪼록 건강하고 행복한 힐링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라고 환영사를 전했다.
이어 임 실장은 “거주인뿐만 아니라 인솔자 선생님도 코로나 19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을 텐데, 오늘은 긴장을 풀고 거주인들과 함께 힐링의 향기를 즐기는 시간이 되어달라”라고 덧붙였다.
입소 오리엔테이션에 이어 두 명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숲 해설사와 함께 ‘호랑이 숲길 찾아가기’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임 실장은 “9월에 진행된 휴스테이에서는 ‘마음의 벗, 반려식물 만들기 체험’, ‘숲속 명상, 나를 만나는 숲멍해먹’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거주인들의 특성을 배려해 ‘호랑이 숲길 찾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라고 설명했다.
휴스테이 첫째 날은 ‘호랑이 숲길 찾아가기’와 저녁 식사, 그리고 자유시간으로 이어졌다.
이어 휴스테이 둘째 날은 아침 식사에 이어 ‘숲속 향기, 아로마테라피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숲속 향기, 아로마테라피 만들기’ 프로그램은 약용식물의 이해에 대한 수업에 이어 직접 아로마오일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안동애명복지촌 강금남 원장은 “우리 복지촌 거주인들이 약용식물을 직접 만져보고, 향기도 맡으며 아로마오일과 향수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경험을 갖게 해 주어서 감사하다”라며, “앞으로도 꾸준히 기회가 주어져 오늘 참석하지 못한 거주인들도 꼭 아로마테라피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숲속 향기, 아로마테라피 만들기’를 마지막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점심 식사 후 휴스테이를 종료했다.
이번 행사에는 안동애명복지촌 거주인 35명과 인솔 교사 7명까지 42명이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한국관광공사 경북 웰니스팀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휴스테이 프로그램에서 숙식과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해설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며, 참여를 원하는 취약계층 시설이나 단체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교육서비스실에 문의하면 된다.
안동애명복지촌 강금남 원장 INTERVIEW
안동애명복지촌을 소개하자면…
안동애명복지촌은 경북 안동의 천등산 자락 아래에서 이용자들의 자립과 교육에 중점을 두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장애인 거주시설입니다. 본 시설에서는 장애인이라는 말 대신 거주인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주인과 함께 이들을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피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로 어울려 소통하고 같이 웃는 가족과 같은 곳이 바로 안동애명복지촌입니다.
이번 휴스테이 프로그램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안동애명복지촌은 예전부터 이곳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임종태 실장님과의 친분을 계기로 연 2회씩 방문했습니다. 그때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산림바우처 제도로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산림바우처가 아닌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한국관광공사 경북 웰니스팀의 프로그램을 전해 듣고 지원하여 참석했습니다.
거주인들이 자연을 접할 기회가 자주 있는지 알고 싶다.
우리와 같은 시설은 보조금으로 생활하다 보니 여행이나 관광할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 거주인들은 사실 시설 밖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매우 좋아하는데, 이렇게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한국관광공사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이렇게 많은 인원이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거주인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차량을 지원해 주신 안동의 독지가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방문 후 변화가 있다면…
실제로 거주인들의 생활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직접 표현하지는 못해도 나름대로 거주인들의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있으면 거주인들의 정서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느끼는 감정은 똑같습니다. 여기서 자연을 느끼고 가면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 거주인들끼리도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나면 서로들 진지하게 얘기합니다. 표정이나 행동에도 변화가 있고, 자기 충족을 통해 문제 행동도 확연히 줄어듭니다.
특별히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는데…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보여주시는 친절과 진심 어린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가을 국화 시즌에 방문하면 꼭 꽃과 화분을 나눠주시는데, 저희는 그 선물을 가지고 안동애명복지촌에서 또 전시회를 합니다. 지난번에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직원분들이 저희 시설을 찾아주셔서 주변 나무를 조경수처럼 멋지게 다듬어주셨습니다. 저희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죠. 저희 안동애명복지촌은 깊은 감사의 마음과 함께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이어가겠습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교육서비스실 임종태 실장 INTERVIEW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소개를 부탁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백두대간과 고산지역 산림생물자원을 수집·보전·전시·활용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고 관람 및 교육·체험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전체 규모는 약 5,179ha(1,500만 평)로 아시아 최대, 그리고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입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내외 산림생물자원의 체계적인 보존 및 활용기반 구축 등에 특화되었으며, 산림생물자원 및 봉화군 향토생물자원의 산업화 연구를 통한 지역경제 개발 등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휴스테이 프로그램에 안동애명복지촌이 함께 했는데, 그 배경을 말하자면…
지난 9월 코로나 19의 장기화에 따른 방역현장 대응인력의 업무 과중 및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 지원의 필요성에 따라 한국관광공사 경북 웰니스팀과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많은 분께서 휴스테이 프로그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간 7,000명을 목표로 관람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분들에게 휴스테이 프로그램을 접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좋아하는 호랑이 숲 관람과 해설, 그리고 심신을 치유하고 정서적인 안정에 효과가 좋은 아로마테라피 교육을 중점으로 프로그램을 세웠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가장 힘든 부분이라면 역시 예산입니다. 현재 경상북도 관광공사나 복권기금과 같은 외부 재원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지만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연초부터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예산의 제약이나 수탁 과제에 특성 때문에 상반기에는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꽃이 많이 피는 봄이나 여름, 늦어도 초가을 정도에 관람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접근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아무래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경상북도에서 오지에 속하는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하다 보니 불편한 점은 있습니다. 경북 지역은 당일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그 외 지역 분들은 1박 2일로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을 목적으로 오시면 연수동에 최신 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이 있고, 그 외에도 주변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크게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시게 된다면, 접근성의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휴스테이 활성화를 위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취약계층의 정서 안정과 심신 치유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휴스테이는 한국관광공사 경상북도 웰니스팀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취약계층 시설이나 단체라면 누구든 관심을 가지고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꺼리실 수도 있고,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으실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휴스테이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과 경북 웰니스팀이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또한, 휴스테이 프로그램은 장애인분들을 비롯해 취약계층 여러분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미리 세대를 위한 염원을 담은 약속의 정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많은 분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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