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시인의 '우리'

홍지헌 원장이 들려주는 '시 이야기'

엠디포스트 승인 2018.11.07 09:53 의견 0

우리

오 은

괄호를 열고
비밀을 적고
괄호를 닫고

비밀은 잠재적으로 봉인되었다

정작 우리는
괄호 밖에 서 있었다

비밀스럽지만 비밀하지는 않은

들키기는 싫지만
인정은 받고 싶은

괄호는 안을 껴안고
괄호는 바깥에 등을 돌리고
어떻게든 맞붙어 원이 되려고 하고

괄호 안에 있는 것들은
숨이 턱턱 막히고

괄호 밖 그림자는
서성이다가
꿈틀대다가
출렁대다가

꾸역꾸역 괄호 안으로 스며들고

우리는
스스로 비밀이 되었지만
서로를 숨겨 주기에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저도 여러 모임의 괄호 속에 들어가 들키고 싶지는 않지만 인정받고는 싶은 마음으로 너무 가까이에 있다 보니 못 볼 것들을 이것저것 보게 됩니다. 비밀을 지켜주고 싶으면서도 누군가에게 발설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사람 사는 것이 요것밖에 안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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