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의학계에 가장 떠오르는 이슈면 단연 통증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그동안 통증을 단순히 증상으로 여기고, 원인이 치료되면 자연히 사라지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통증은 그 원인과 증상이 너무나 다양해 소위 ‘하나의 병이 백 가지 증상으로 나타나고, 백 가지 원인도 하나의 증상처럼 보일 수 있다’는 기본적인 원리로 인해 병과 증상이 나타내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한의학은 유연한 사고로 WHO가 ‘통증도 병’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훨씬 이전부터 환자를 고통으로 내모는 ‘통증’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유독 한의학 분야에 통증 치료 전문가들이 많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오늘 만날 고양시 참빛한의원 심도식 원장도 바로 그 통증 치료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심 원장은 인체를 단순히 물질적 차원에서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차원은 물론 삶 전체를 치료와 관리의 대상으로 여겨 근본적인 의술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기존의 치료 영역은 물론 계속하여 발전된 이론으로 통증 치료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한의학을 전통의학의 범주가 아닌 현대의학의 동반자로 새로운 정의를 정립하고 있는 참빛한의원 심도식 원장을 엠디포스트가 만났다.
참빛한의원과 심 원장의 주요 진료 분야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참빛한의원은 지난 2010년 지금 이곳 고양시 내 행신동에서 개원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자세 교정과 침 치료 등 구조 위주의 진료를 하다가 지금은 구조, 화학, 정신이라는 인체의 3요소를 아우르는 통합적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구조 영역으로는 척추, 골반의 틀어짐과 유착의 문제를 주로 보는데, 구조의 틀어짐은 턱관절, 골반, 족부 문제를 핵심으로 보기 때문에 턱관절 교정기, 추나, 족부교정용 깔창 등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습니다. 유착의 문제는 침도를 통해 근막, 근육, 인대, 지방조직 등의 유착과 섬유화를 해소함으로써 정상조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화학적인 영역은 잘못된 식이와 영양 불균형, 합성첨가물, 양약 등으로 인해 생긴 독소의 문제, 미네랄 불균형의 문제를 봅니다. 만성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만성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우선 새는 장 증후군 등의 소화기 문제나 간의 해독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우선 장을 회복시키기 위한 식이 관리를 기본으로 한약 치료, 영양제 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정신적인 문제는 스트레스가 많은 한국 사회의 특성상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가장 다루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한약을 통해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는 것을 주된 치료 방법으로 삼되, 스트레스가 지나치게 심하거나 너무 예민한 경우 토마티스 요법(정지각 치료), 알파스팀(두개전기자극치료) 등의 기기를 활용하고, 하트매스 프로그램, MBSR 프로그램 등의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특성상 그 치료 범위가 매우 넓지만, 그 가운데 심 원장이 치료하는 주요 분야는 무엇인가.
저는 오랫동안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 섬유근육통 등의 만성 통증을 보고 있고, 부가적으로 새는 장 증후군과 스트레스로 인한 다양한 증상들을 목표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만성 통증을 비롯한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지 않아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인체를 통합적으로 치료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통합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공부할 영역들이 많습니다. 계속 새로운 분야들에 관해 연구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만성 통증 환자들이 나아지는 것을 볼 때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심 원장은 통증 치료에 오랜 시간 연구해 왔는데, 통증 치료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라면 먼저 제가 통증 환자이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일자목, 일자 허리에 4번 요추 부근에 디스크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 때부터 10년 이상 고질적인 두통과 만성피로로 고생을 했었고, 때로는 허리 통증과 고관절 통증으로 아플 때가 있습니다. 제 통증도 잘 낫지 않았기 때문에 저를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학파의 한약 치료, 기능의학, 응용근신경학(AK), 추나, 스트레스 관리(명상, 심리상담 등) 등 온갖 방법들을 다 익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일상적으로는 통증 없이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장이 안 좋은 편이다 보니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음식 관리를 하지 않고 1주일 이상 과음을 하면 다시 통증이 찾아옵니다. 그래서 제가 통증 없이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도 제 몸을 관리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친지 중에서도 정형외과, 한의원, 통증클리닉 등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지 않은 만성 통증을 가지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만성 통증에 관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한의학적 통증 치료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가.
통증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 자체가 통합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한의학적 통증 치료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한의학에는 식적요통, 담음요통이라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새는 장 증후군 등 최신 의학 지견이 나오기 몇백 년 전의 개념이지만 잘못된 식이로 인해 발생하는 요통에 대한 표현들입니다.
또한, 신허요통이란 표현은 한의학적으로 ‘콩팥의 기능이 떨어져 오는 요통’을 말하는데, 기능의학에서 말하는 ‘부신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인한 요통’과 상당히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개념들을 좀 더 확대해서 보면 근골격계 통증이 단지 뼈, 근육, 신경의 문제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의 문제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최근의 내장체성반사 이론을 임상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약을 써서 근골격계 통증을 해결할 때 말초혈액순환 강화, 근육 긴장 완화, 신경재생 등의 근골격계 자체 문제를 해결하는 기전도 이용하고 있지만, 오장육부에 대한 치료가 근본에 깔려있다는 점에서 한의학은 근본적으로 통합적 치료 방법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심 원장은 전기자극을 이용한 통증 치료를 시작했는데, 그 원리와 효과에 대해 말하자면…
최근 도입한 호아타 요법은 우리 몸에 흐르고 있는 미세전류를 고전압을 통해 신체 깊숙이 전달함으로써 세포의 재생을 도와주는 치료법입니다. 또한, 림프 찌꺼기(찌꺼기) 제거를 통해 림프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에 신체 심부 순환 저하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기존에도 미세전류 치료기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고전압을 통해 신체 심부까지 자극하지 못했기 때문에 디스크나 협착증 등의 척추 심부의 문제 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디스크, 협착증의 경우 본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합적 접근과 침도 치료를 통해 해소되지만, 디스크 자체가 터져 나와 척추 심부의 염증이 너무 심하거나 척추뼈 안쪽의 황색인대의 비후가 심하거나 골극이 형성되어 신경을 심하게 누르는 경우 접근하기 힘든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호아타 요법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삼차신경통의 경우 두개골 안쪽에 있는 삼차신경절에까지 문제가 생긴 경우 침으로 접근하기 힘들고, 잘 낫지 않고 까다로워 양방의 경우도 감마나이프 시술을 통해 두개골 밖에서 삼차신경을 파괴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호아타 요법은 우리 몸을 회복시키는 미세전류를 10~15cm 심부까지 쪼아줄 수 있기 때문에 뼈 안쪽의 위험한 구조물에 대해서도 손상 없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전기자극 치료는 통증에만 사용될 수 있나.
호아타 요법은 실제 위, 대장, 심장, 안구 등에도 직접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호아타 요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호아타 요법으로 위경련, 심비대, 황반변성 등이 완화되었다는 케이스 리포트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위, 대장 등의 소화기 쪽에 활용하고 있고,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절 등 신체 심부에 있는 자율신경의 기능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부경추, 흉추와 천골 부위의 협척혈 자리에 침 치료를 했을 때 자율신경 기능이 호전될 수 있는데, 호아타 요법을 활용한다면 교감신경절과 부교감신경절이 있는 심부까지 직접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한 여러 가지 신체 질환들에도 좀 더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제 몸에도 1주일에 1시간 정도씩 직접 사용하고 있는데, 위와 대장의 문제뿐만 아니라 신체 컨디션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통증을 비롯한 만성 질환에 대해 어떤 연구계획을 가지고 있나.
아직도 속 시원하게 낫지 않는 만성 질환이 많습니다. 만성 질환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암의 경우도 이제 노인 인구 3~4명에 한 명꼴로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만성 통증과 암을 비롯한 만성 질환의 핵심에 만성 염증이라는 공통적인 요소가 놓여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통합적 접근들은 그런 만성 염증을 해소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임상을 통해 좀 더 많은 분이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직도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환자가 있는데,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한다.
오랜 시간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뚜렷한 해법을 발견하지 못해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섬유근육통 환자들의 경우 어떤 검사에도 뚜렷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본인은 엄청나게 괴롭지만, 꾀병으로 취급되는 예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 통증에 관한 통합적 연구들과 임상데이터가 쌓이면서 만성 통증의 기전과 치료법에 대해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만성적으로 오래된 병인 만큼 하루아침에 다 낫기는 힘들겠지만, 인내를 가지고 구조, 화학, 정신적 영역에 생긴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면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들의 고통에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엠디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