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설 시인의 '이 햇빛'
홍지헌 원장이 들려주는 '시 이야기'
엠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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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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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햇빛
이윤설
나에게 닿는 이 햇빛은 얼마나 멀리서 왔는가,
이 빛의 실마리 끝을 잡아 리본을 묶어서 다시 놓아준다
햇빛은 처음 시작된 곳으로 되감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돌아가기까지 얼마나 먼 거리인가
나는 나의 자리가 없이 떠돌아다녀야 했는데,
죽을 줄 알면서 태어난 별까지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돌아갈 길이 그렇게 먼 것이
그 선물이 무엇이었는지
두고 온 상자의 리본은 끌러보지도 못하였는데,
우리는 날아가며
네가 놓아준 빛을 우연히 조우할지도 몰라서
저 태양에는 내 묶은 리본 하나가 아주 작게 있을까
순간이 걷히어가는 저 먼 거리까지
다시 묶어주고 작별인사를 하며
나는 가난한 나라의 아이가 보내온 성탄엽서 한 장처럼
멀리 우주로 팔랑이며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가난한 나라의 아이였다가 지금은 아주 복잡하고 바쁜 나라의 중년이 된 나는 멀리 우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란다. 나도 모르게 우주와 연결된 존재란다. 태양신과 실로 묶여진 존재란다. 별이 나의 고향이란다.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내가...(홍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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