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수 시인의 '나는 지우개를 믿는다'
홍지헌 원장이 들려주는 '시 이야기'
엠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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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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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우개를 믿는다
문민수
문방구에서 지우개를 샀다
가격은 천 원이다
지우개는 매우 단단하고 크기도 적당하다
지우개를 믿고
책장에다 낙서를 했다
낙서를 하는 동안은 심심하지 않았다
심심함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금세 지워졌다
낙서를 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작아진다
지우개는 쓰면 쓸수록 작아진다
그렇다고 낙서를 그만둘 수는 없다
나는 지우개를 믿는다
그것이 지우개의 불만이다
지우개가 두렵다. 어제한 일도 지워지고 오늘 할 일도 이미 지워졌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누가 천 원 주고 사갔으면 좋겠다.(홍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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