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석 시인의 '척(尺)'

엠디포스트 승인 2018.05.01 21:3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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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석


고작 수십 년 뒤에 아무 가치도 없을
것들을 위해 전철을 타고 화를 내고 울고
고작 몇 달 뒤면 아무 마음도 없을
일에 먼 곳까지 가고 가지 않고
아니 눈 한번 질끈 감을 사이
잊혀져 버릴 나의 것들을 위해
눈물을 두고 왔다고 생각하고

나는 자를 가질 수 없다
꽃들은 피고 벌은 나는데
더 이상 내가 생각하지 않도록
멀리 더 멀리 질주하는 마음들에게
다만 나는 아무것도 잴 수 없는
자를 보내다

나는 불안을 말하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것처럼


세상은 이제 내 자로는 측정이 되지 않는다. 도량형 단위가 개편된 모양이다. 내가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괜한 걱정과 당부의 말을 하는 것은 불안을 말하면서 사랑을 표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장래와 나의 노후에 대한 불안은 자 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삶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홍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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