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인 파프리카에서 비타민C를 추출해 낸 헝가리 출신의 생리학자이자 생화학자인 알베르트 센트-죄르지(Albert Szent-Györgyi)는 현대 생물학 및 의학에 큰 업적을 세운 공로들을 인정받아 1937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다. “발견이란, 모두가 본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Discovery consists of seeing what everybody has seen and thinking what nobody has thought). “라는 그의 명언은 후대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는 창의성과 통찰력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표현으로, 우리 주변의 평범한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거나 다른 관점을 갖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발견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필자가 서두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의 명언을 인용한 이유는 바로 우리의 보건당국이 거대한 숲 전체를 보지 못하고, 그 안에 서 있는 나무 몇 그루에만 국한하여 너무나 미시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특히,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의 최근 발표가 그러하다. NECA는 지난 7월 31일 발간한 [NECA-의료 기술 재평가 보고서2025]를 통해 암 치료에 보조요법으로 주로 사용되어 온 주요 주사제 3종, 겨우살이추출물 제제인 비스쿰알붐(Viscum album), 흉선추출물 제제인 싸이모신알파-1(Thymosin-α1) 그리고 구멍삿갓조개 헤모시아닌(KLH) 제제인 이뮤노시아닌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는 이들 주사제가 국내 임상상황에서 암 환자의 종양 치료 및 재발 예방을 위해 기존의 통상적인 암 치료에 추가 투여되는 것을 ‘권고하지 않음’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결정은 단순한 평가를 넘어선다. NECA는 이미 2021년 재평가 보고서를 통해 고주파 온열치료에 대해서도 동일한 ‘권고하지 않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주사제 3종에 대한 ‘권고하지 않음’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암 환자의 회복기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주요 지지적 요법들이 국가 요양 비급여 등재 목록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고주파 온열치료는 1980년대 후반부터 대학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요법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40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사용하여 온 대표적인 암의 지지적 요법이자 치료 기술로 자리 잡았다. 필자가 칼럼을 통해 여러 차례 주장했듯이, 온열치료는 이미 해외에서 종양학의 세부 카테고리로 인정받으며 주류 종양학의 일부가 되었다. 이는 해외에서 온열 종양학 교과서가 종양학자들에 의해 여러 권이 출판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더욱이 온열치료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매년 시장 규모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칼럼52편, 온열 암 치료 글로벌 시장 전망 참조). 또한,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 암 연구소(NCI)는 온열치료 관련 임상 연구 기금 및 재원을 해마다 늘려가는 추세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을 미루어 보건대,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암이라는 중증질환 치료를 국가 의료보험과 민간 사보험의 재정적·비용편익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각도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필자는 주장한다. 이에 대한 필요성은 필자가 칼럼 64편과 65편에서 ‘보건당국의 졸속 시행령,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암치료 인정 비급여 퇴출(1, 2부)’를 통해 이미 주장을 알린 바 있다.
그리고 지난주 칼럼 66편 ‘보건당국의 졸속 시행령, 누구를 위한 것인가? – 회복기 암 환자를 위한 치료(3부)’ 에서는 보건당국의 문제점과 회복기 암 환자 커뮤니티 내 암을 주로 치료하는 요양·한방병원을 향한 시선, 그리고 일부 암 환자들의 문제적 행태에 대해 다루었다. 이어서 오늘 본고에서 다룰 내용은 회복기 암환자를 위한 지지적 요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다.
보조적·지지적 암 치료 측면에서, 우리는 일찍이 보완(Complementary), 대체(Alternative), 통합(Integrative)이라는 용어에 익숙하다. 보완대체의학(CAM: Complementary & Alternative Medicine)은 최적의 과학적 근거를 갖춘 기존 의학 대신 사용되는 대체요법과 효능이 입증된 기존 방법과 함께 사용되는 보완 요법을 모두 포함한다. 주류 의학을 주창하는 그룹은 대게 보완대체의학을 여전히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최근에는 통합종양학(Integrative Oncology)이라는 용어가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ornelis FH, (2020) 등은 통합종양학을 기존 종양학 치료와 보완 종양학 치료의 모범 사례를 결합하여 하나의 전체론적 개념으로 통합하고, 두 치료법이 상호 간섭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최상의 솔루션을 목표로 하는 분야로 정의했다.
암 치료에 있어 나라별, 언어권별, 대륙별 보완대체의학, 보완종양학, 통합 종양학 및 지지 종양학 등 용어가 다양하게 혼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를 통칭하여 암의 지지요법(Supportive Care, Supportive Oncology)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1990년대 초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보완대체의학(CAM)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1998년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보완대체의학센터(NCCAM)를 설립하여 대체의학도 과학적 검증이 가능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대부분의 의과대학과 대학원에서는 보완대체의학(CAM)을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하고 있으며, NCCAM은 최근 국립 보완통합건강센터(NCCIH-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2023년 Cancers지에서 Florian Scotté 등은 ‘지지적 치료는 현대 종양학의 핵심’이라는 주제로, 삶의 질 향상, 항암 치료의 내약성 개선, 항암 치료에 대한 순응도 향상으로 인한 생존율 증가 및 보건의료 시스템의 경제적 이점 등을 필수 구성 요소로 꼽았다. 그들은 지지적 치료 서비스 모델이 조정되고 통합된 형태로 다양한 보건의료 전문가와 관련 분야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모든 암 센터는 충분한 자원이 지원되는 지지 치료 팀과 서비스를 갖추어 모든 암 환자들이 질병의 단계나 시기와 관계없이 이러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지지적 치료를 '질병이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질병 증상과 질병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가능한 한 조기에 예방하거나 치료하여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제공하는 치료'로 정의한다. 지지적 치료에는 환자와 그 가족을 위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성적 지원이 포함되며, 통증 관리, 영양 지원, 상담, 운동, 음악 치료, 명상, 완화 치료 등이 있다. NCI는 환자들이 진단 시점부터 임종 시까지 다른 치료와 함께 지지적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지지적 치료는 개인적 상황, 암의 종류, 암의 병기 또는 항암 치료와 관계없이 모든 암 환자에게 기본적인 권리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큰 다국적 지지적 암치료협회(MASCC: Multinational Association of Supportive Care in Cancer)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MASCC는 1990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현재 80개국 이상에서 암 환자의 지지치료를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국제적이고 다학제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암 진단부터 생존 또는 말기의 완화 치료에 이르기까지, 환자에게 최상의 지지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제공하는 것이 MASCC의 핵심 사명이다. ([그림1] 참조)
[그림1] 덴마크에 본부를 둔 다국적 지지적 암치료협회 홈페이지
MASCC는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며, 의료진에게 실질적인 지침과 교육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세계적 수준의 조직이다.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유럽 종양학회(ESMO)뿐 아니라 국제 암 간호사협회(ISNCC) 등 국제적인 종양 치료 관련 단체들이 MASCC와 협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종양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지적 암 치료 연구학회가 MASCC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국제적인 종양학 단체뿐만 아니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등에서도 암 치료에 있어서 지지적 치료는 암 환자가 반드시 제공받아야 할 기본권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의 보건당국은 이 점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암 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와 다양한 치료 선택권, 그리고 환자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병원 보완통합센터 Dobos(2012) 등은 연구에서 암 지지적 치료가 종양학 분야와 최첨단 유방암 치료를 확립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통합의학(IM)과 통합 종양학(IO)의 잠재력이 질병 예방, 자가 치유 능력 향상, 기존 치료 보완을 통한 회복 속도 증진, 부작용 최소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의료 비용 절감에 있다고 보고했다.
유럽 최대의 병원인 독일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의 Tobias Bleumer(2025) 연구팀은 독일 성인 암 환자들 사이에서의 보완대체의학(CAM) 사용 실태를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들은 환자와 의료진 간의 CAM의 사용과 의사소통 방식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가장 자주 사용되는 CAM관행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2022년 9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유방암, 림프종, 위장관 악성종양 등 다양한 유형의 암 환자 154명 (여성 65.5%)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환자의 88.3%가 치료 전 또는 치료 후 CAM 치료법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CAM 사용은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식이 보충제가 가장 흔한 CAM 실천 방식으로 언급되었다. 또한, 여성 암 환자와 유방암 환자는 다른 환자들보다 CAM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환자들이 부담하는 재정적 비용은 월 20유로에서 300유로 사이였으며, 진단 이후에 더 큰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CAM 사용에 대한 환자와 담당 종양 전문의 간의 정보 공유율은 다른 연구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의료 제공자들에게 CAM에 대한 교육과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노력은 약물 상호작용을 줄이고,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돕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았다. 겨우살이 요법과 같은 특정 CAM 물질 및 실천 방식의 적용과 영향, 그리고 복용량, 적용 시기, 지속 기간에 대한 차이를 보다 자세히 연구하기 위한 추가 연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오늘 칼럼에서는 우리나라 회복기 암 환자들을 위한 지지적 요법의 필요성, 세계적인 보완 및 지지 요법의 사용 양상, 그리고 이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기본적으로 암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조하고자 했다.
다음 칼럼에서는 암 치료에 중요한 지지적 요법의 효용성을 독일의 임상 치료 지침, 관련 사례, 그리고 연구 보고를 중심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회복기 암 치료에 지지적 치료가 필요한 이유와 함께, 앞으로의 정책 수립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5부에서 계속)
References
1. Dobos et al.; Integrative oncology for breast cancer patients: introduction of an expert-based model. BMC Cancer 2012, 12:539
2. Tobias Bleumera, Janine Abela, Lilian Boddena, Miriam Ortiz, Sebastian Stintzing, Uwe Pelzera, Lars Uwe Stephana, A Current Assessment of the Use of Complementary Medicine in German Cancer Patients: The CONKO 022 Investigation. Oncol Res Treat. 2025. DOI: 10.1159/000546767
3. Florian Scotté, Amy Taylor, Andrew Davies. Supportive Care: The “Keystone” of Modern Oncology Practice. Cancers 2023, 15, 3860. https://doi.org/10.3390/cancers15153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