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폐경이라는 변곡점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자세

글 / 최세경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엠디포스트 승인 2024.10.20 16:12 의견 0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최세경 교수가

매년 10월 18일은 ‘세계 폐경의 날(World Menopause Day)’이다. 폐경은 신체가 마지막 월경 주기를 경험하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자연적 감소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용어다. 그러나 폐경은 여성에 있어 사전적 의미 이상의 변곡점이 되곤 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크고 작은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도미노처럼 찾아온다.

폐경은 평균 50세 전후로 나타난다. 보통 마지막 월경이 끝나고 1년이 지나면 진단한다. 그 이전 월경 주기의 규칙성이 사라지는 시기부터 폐경이 될 때까지를 ‘폐경이행기’라 부른다. 이 기간은 보통 2~8년 정도다.

일단 폐경이 시작되면 안면홍조, 식은땀, 기분 변화, 수면장애 등이 찾아오고 이들 증상은 불안과 우울증을 동반하거나 증가시킨다. 비만도 증가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근육량이 감소하며 기초대사량 저하로 쉽게 살이 찐다. 실제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은 1년에 평균 0.8㎏ 정도 체중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고혈압도 조심해야 한다. 에스트로겐은 혈중 지질 농도에 관여할 뿐 아니라 체내 혈관에도 직접 작용해 동맥을 확장시키는 기능을 한다. 폐경기 에스트로겐 감소는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뼈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폐경 이후 1년간은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히 줄면서 뼈가 분해되는 양이 뼈 생성량을 넘어서며 뼈 밀도가 감소하는 골다공증이 찾아올 수 있다.

폐경기 여성은 평소 건강 관리로 이때 자신에게 찾아오는 급격한 변화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첫째,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흰쌀보다는 현미가 좋고 빵, 과자, 떡, 밀가루 등 정제되고 달콤한 탄수화물은 피한다. 당분 역시 몸속에서 대부분 지방으로 전환된다. 달콤한 간식, 음료수, 믹스커피를 비롯해 과일의 양도 줄이는 게 좋다.

둘째,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노화와 함께 근육량이 감소하고 기초대사율이 저하되기 때문에 근육량 유지를 위해 단백질 섭취를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콩, 두부뿐 아니라 닭가슴살, 소고기, 생선 등 동물성단백질을 하루 최소 한두 끼는 꼭 섭취한다.

셋째,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운동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식이조절과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한다. 또 호르몬 불균형으로 예민해져 쉽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여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폐경 후 적절한 호르몬 치료도 중요하다. 폐경 전후 몸과 마음의 변화는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필요한 경우 충분한 검사와 함께 전문의와 상의 후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폐경 후 적절한 호르몬 요법은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골다공증 예방, 폐경 후 살이 찌는 증상에 대한 예방 등 여러 장점이 많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용량과 제제를 조절해 사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치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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