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떨림이 보내는 이상신호, 본태 떨림과 파킨슨병

봉미선 기자 승인 2024.10.08 12:14 의견 0

▲세란병원 신경과 손성연 과장

글씨를 쓰거나 컵에 물을 따르는 동작 등 손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때 손이 떨리는 현상을 수전증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는 ‘본태 떨림’(본태성 진전)이라고 하는데 수전증은 손에만 발생하는 떨림에 국한된 용어로 머리, 목, 턱, 혀 등에서도 떨림이 나타날 수 있다. ‘본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본태 떨림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상생활에서 손 혹은 머리가 심하게 떨려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머리가 떨리는 증상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다가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아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고 증상이 심해지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손떨림으로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은 본태 떨림과 파킨슨병이 있다. 두 질환 모두 손떨림이 발생하지만 떨림의 양상과 치료법이 다르다. 파킨슨병에 의한 손떨림은 주로 안정 시 발생하며 의도를 갖고 움직이거나 다른 일을 하면 떨림이 다소 완화된다. 반면 가만히 있을 때 증상이 없다가 글씨 쓰기, 식사 등을 할 때 손이 떨리면 본태 떨림일 가능성이 높다.

본태 떨림은 대개 양쪽 손 모두 떨림 증상이 생기는 반면, 파킨슨병은 한쪽 손에서 먼저 떨림이 시작된다. 또 본태 떨림은 손이 위아래로 떨리며 파킨슨병은 손이 앞뒤로 떨리는 양상을 보인다. 연령대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본태 떨림은 모든 연령에서 나타나는 반면 파킨슨병은 60세 이상 고령층이 주 연령층이다.

본태 떨림은 대부분의 경우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약물에 불응성이거나 떨림의 정도가 심하여 일상 생활에 장애가 있는 경우, 뇌심부자극술 시행을 고려해볼 수 있다. 본태 떨림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다른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아 경과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본태 떨림 진단 과정에서는 갑상선기능항진증, 신기능 혹은 간기능 저하, 약물, 말초신경병이나 손목터널증후군 등 떨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감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복용 중인 약물을 꼼꼼히 파악하고 혈액검사, 뇌 MRI 등의 검사를 시행하며, 나선그리기 검사 등을 통해서 중증도를 평가해볼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는 2023년 14만 명을 넘어섰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근육이 굳고, 서동증(bradykinesia)을 보이며, 걷는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등 운동증상과 변비, 자율신경증상, 렘(REM)수면 장애, 우울증 등 비운동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노년층에게 치명적인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중뇌에 있는 흑질에서 도파민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으므로, 도파민 전구체(L-dopa)나 도파민 효현제와 같은 약제를 투여하면 운동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파킨슨증후군의 경우는 파킨슨병과 증상은 유사하지만 뇌의 주요 손상부위가 달라, 약물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

세란병원 신경과 손성연 과장은 “가만히 누워 있을 때나 앉아 있을 때 한쪽 손만 떨린다면 파킨슨병일 가능성이 높고, 글씨를 쓸 때나 젓가락질을 할 때. 손을 앞으로 쭉 뻗을 때 양손의 떨림이 좀더 뚜렷하면 본태 떨림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외에 일부 변비약이나 지사제, 또는 우울증약을 비롯한 신경정신과 약제도 떨림을 일으킬 수 있어 복용 중인 약물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성연 과장은 “본태 떨림은 유전적인 경향이 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불안과 스트레스, 카페인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며 “걸음의 보폭이 좁아져 종종걸음을 걷거나, 걸을 때나 안정 시 떨림이 관찰되고, 팔다리의 불쾌한 느낌이 든다면 파킨슨병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필요 시 뇌 MRI, PET-CT등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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