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희의 인생 2막 “절 더 사랑하게 됐어요”

스타와 함께하는 건강소식 배우 서영희

엠디포스트 승인 2018.12.26 11:40 | 최종 수정 2021.02.21 16:35 의견 0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서영희의 얼굴엔 여유가 가득했다.

출산과 육아 이후 연기는 물론 삶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는 그다.

작품 이야기부터 엄마로서 꾸려나가는 일상까지, 솔직하게 답하는 그에게서 일상의 행복이 비쳤다.

몸고생 전문 배우

지난 11월 개봉한 영화 <여곡성>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사극공포물에 도전하고 싶어 택한 작품이었다. ‘몸고생 전문 배우’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진창을 오가며 생고생을 경험했다. 힘들었을 법도 하지만, 오히려 ‘화를 분출할 수 있는 통로’였다며 즐거워했다.

“제가 평소엔 화를 잘 못 내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속에 화가 많이 쌓이죠. 그럴 때마다 이런 ‘몸고생’ 연기를 하면 굉장히 속 시원해지더라고요. 또 제가 한 고생보다 관객들이 더 많이 걱정해주니 힘이 되더라고요. 괜히 제가 맡은 역을 이해해준 것 같아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극 중 탐욕스러운 시어머니 ‘신씨 부인’ 역을 맡아 어두운 내면을 연기했다. 혹시나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았을까.

“전혀요. 제 장점이 집중력이 짧고 잘 까먹는다는 거예요. 하하. 힘든 걸 묻어두고 스스로 가둬두는 성격이 아니에요. 또 집에 가면 바로 아이에 집중해야 하니, 그 어두운 캐릭터를 생각할 겨를도 없어요. 다 잊어버리고 살죠.”

출산으로 달라진 인생

세 살배기 딸을 언급하자 얼굴에 환한 꽃이 핀다.

“거짓말 같지만 임신했을 때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어요. 좋은 호르몬만 돌았는지 화도 하나도 안 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출산하고 나서도 딸 키우는 재미에 좋았고요.”

또 다른 맛의 행복도 깨달았단다.

“촬영장에 나가는 것도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이제야 알았어요. 제게 주어진 많은 것들이 그냥 온 게 아니라는 걸 느껴서 매번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아이가 배우로서 ‘엄마’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TV에 나오는 자신의 얼굴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보는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처음 TV에 나온 저를 봤을 땐 아이가 엄청 울었어요. 옆에도 엄마가 있는데 TV에도 나오니 무서웠나 봐요. 그런데 이젠 제가 화면에서 사라지면 싫어하더라고요. 그것도 예쁘게 나와야 좋아하고요.”

서영희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을까. 또 엄마가 된 뒤 배우로서의 방향성도 바뀌었을까.

“딸에게 창피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아서 앞으로 더 열심히 살 거예요. 제 딸이 친구들에게도 ‘우리 엄마 배우야’라고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그리고 아이 역시 제 유명세에 피해 받지 않고 잘 키우고 싶어요.”

스릴러의 여왕

1999년 연극 <모스키토>로 데뷔한 이후 20여 년간 이 길을 걸어왔다.

“언제 그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어 깜짝 깜짝 놀라요. 전 아직도 아는 게 없고 제자리인 것 같거든요. 신인 땐 20년만 지나면 원로배우처럼 연기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막상 지금 돌아보면 그냥 시간만 지나간 듯해요.”

그럼에도 연기를 선택한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했다.

“요즘 특히 더 만족스러워요. 대중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라 불편할 때도 있지만, 고생한 것보다 더 많이 알아주는 면도 있거든요. ‘수고한다. 잘 보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도 좋아져요. 다만 절 아는 사람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해요.”

‘스릴러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있지 않느냐고 하니 쑥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제 이름에 그런 수식어가 붙는다는 게 정말 좋아요. 제가 배우로서 잘 해내고 있다는 증거잖아요. 또 다른 수식어가 생길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려고요.”

마지막으로 <건강소식>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제가 우울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하는데, 몇 편의 영화에서 보이는 얼굴만 기억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행복주의자예요. <건강소식> 독자 여러분들도 즐겁고 행복한 생각으로 건강한 마음을 가지셨으면 해요. 힘든 건 묻어두지 말고, 화가 나면 그때그때 분출할 통로를 찾으셨으면 해요. 저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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