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는 폐암센터 한지연 교수 연구팀이 진행성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임상 2상 연구에서 차세대 표적치료제 ‘로라티닙(lorlatinib)’이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에 ROS1 표적치료제(Tyrosine Kinase Inhibitior, 이하 TKI)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국내 환자군(TKI-naive)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해 로라티닙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OS1 양성 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1~2% 정도로 매우 드물다. 표적치료제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 맞춤형 치료가 특히 중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기존 치료제인 크리조티닙의 중추신경계 전이 및 내성 문제가 한계로 지적돼 왔다. 그 때문에 뇌까지 잘 도달하고 내성도 억제할 수 있는 차세대 억제제 로라티닙의 선행 치료 옵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 4개 병원(국립암센터, 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충북대학교병원)이 참여해 총 3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모두 로라티닙 100mg을 매일 복용했고, 치료 효과와 부작용이 평가되었다. 연구 결과, 전체 환자 중 73%에서 종양이 줄어드는 치료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기존 표적치료제(TKI)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90% 가량이 반응해 매우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또한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유지된 기간(무진행 생존기간, PFS)도 53.6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사용되는 다른 약들이 보통 15~36개월 정도 효과가 유지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유지된 것이다. 이전에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도 35.8개월로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한편, 로라티닙은 뇌전이 환자에서도 높은 효과를 보였다. 뇌전이가 있었던 환자 7명 중 5명에서 종양 감소가 확인되었으며, 암이 줄어든 환자 비율(객관적 반응률)은 71%에 달했다. 이는 로라티닙이 뇌로의 약물 전달력이 높다는 기존 연구를 재확인한 결과이다.
안전성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이 정상 범위보다 높아지는 고콜레스테롤혈증과 혈액 속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는 고트리글리세라이드혈증 등 일부 이상 반응이 보고됐으나 대부분 약물 용량 조절이나 보조 약물로 관리 가능했으며, 치료와 관련된 사망 사례는 없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이자 연구 논문의 교신저자인 한지연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로라티닙이 기존 표적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 특히 뛰어난 효과를 보임을 입증해 1차 치료 전략에서의 변화가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장기 생존과 내성 발생 양상을 면밀히 분석해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 연구를 이어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제학술지 JAMA Oncology(Impact factor 20.1)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용어설명>
*ROS1: 폐암에서 발견되는 드문 유전자 이상(재배열·융합)으로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 티로신키나제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세포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함. 정상 ROS1에는 문제가 없지만 비소세포폐암과 같은 일부 폐암에서는 ROS1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와 비정상적으로 결합하는 재배열·융합이 생길 수 있음
*TKI: Tyrosine Kinase Inhinitor(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의 약자로 암세포의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티로신 키나아제(Tyrosine Kinase)라는 효소의 작용을 막아 암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
*크라조티닙: 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ALK 양성 또는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로 해당 유전적 변이가 있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1세대 치료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