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국립암센터 기모란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AI학과 교수,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종현 교수

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 기모란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AI학과 교수 연구팀은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종현 교수(교신저자)와 공동 연구를 통해 2002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산모에서 신생아로 전파되는 B형간염(HBV) 역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의 주산기감염 예방사업자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연계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고 B형간염 산모에서 신생아로 전파되는 ‘모자감염’ 관련 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간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에 발표했다.

B형간염은 HBV 감염으로 발생하는 간 질환으로, 감염자의 약 1~10%가 만성화된다. 특히 산모로부터 모자감염된 신생아는 약 9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며,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국내 간암 원인의 70%가 B형간염이며, 간암은 40~50대 암 사망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B형간염 유병률은 1990년대 예방접종이 도입된 이후 크게 감소했으나, 최근 10년간 3%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여전히 높은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영유아 B형간염 예방접종률이 99% 이상으로 높은 나라에서 B형간염의 주된 감염 경로는 모자감염이므로 이를 차단하는 것이 B형간염 퇴치의 핵심 과제다. 한국은 2002년부터 국가 주도 ‘주산기감염 예방사업’을 통해 B형 간염 산모의 신생아에게는 예방접종뿐 아니라 면역글로불린(HBIG)을 접종하여 모자감염률을 크게 낮춰왔다. 그러나 여전히 발생하는 모자감염의 원인과 추가적인 예방 전략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20년간 산모와 신생아 154,478쌍을 분석해 모자감염 관련 요인을 조사했다. 전체 모자감염률은 2.3%였으며, 임신 중 항바이러스제 복용, 수유 방식, 분만 방법 등이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 산모군의 모자감염률은 0.9%로, 복용하지 않은 그룹(2.4%)보다 낮았다. 특히 B형간염 e항원(HBeAg) 양성 산모에서는 5.9%에서 1.0%로 크게 감소했다. 모유 수유 그룹의 감염률은 1.8%로, 분유 수유 그룹(2.8%)보다 낮아 모유 수유가 안전하며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됨을 확인했다. 분만 방식에서도 제왕절개(1.9%)가 자연분만(2.6%)보다 낮았다.

분석 결과, 젊은 산모일수록 HBeAg 양성률은 높은데 항바이러스제 처방과 모유 수유 비율은 낮아 감염 위험이 높았다. 이는 젊은 산모 대상 추가적 예방조치 필요성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항바이러스제 처방의 최적화 전략도 제시했다. 임신 2기(14~27주) 또는 늦어도 3기 초반(28~32주)부터 시작해 출산 후까지 유지하는 것이 예방 효과를 높였다. 시기별 모자감염률은 2002~2005년 3.6%에서 2018~2021년 1.3%로 감소했으며, 항바이러스제 처방률 증가(0.3%→12.1%)가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김종현 교수는 모든 B형간염 임산부에 대한 HBV DNA 검사, 검사 결과에 따른 항바이러스제 처방, 모유 수유 권고를 국가 예방사업에 포함하면 국내 모자감염 종식과 세계적 퇴치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하였다.

기모란 교수도 “한국의 B형간염 모자감염률이 감소했으나, WHO의 퇴치 목표 달성을 위해 임신 중 항바이러스제 복용 등 국가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과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용어설명>

* 모자감염: 어머니의 감염이 신생아에게 전파되는 것을 의미하며 ‘수직감염’이라고도 불림. 주로 임신 중 태반을 통하거나 분만 과정에서 산모의 혈액이나 체액에 노출되어 감염이 일어나며 B형간염 바이러스는 모자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임

* B형간염 e항원: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시 나타나는 여러 단백질 표지자 중 하나로 ‘양성’으로 나오면 몸 안에서 바이러스가 매우 활발하게 증식하고 있음을 의미함

* B형간염 예방을 위한 임신 중 항바이러스제 요법

- 대한간학회 진료 지침 (2018년): 임신부 혈액검사 결과 HBV DNA ≥200,000 IU/mL에서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레이트(TDF)를 적극 권고(A2)하고, 임신 24~32주 시작 후 산후 2~12주까지 지속(B1)하도록 권고

- 건강보험 적용 (2021년부터): B형간염 표면항원 양성 임산부로서 HBV DNA≥200,000 IU/mL, 임신 24주-32주 투여 시작~출산 후 최대 12주까지 급여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