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없는 신장, 알아야 지킨다!

- 기능 90% 상실에도 자각·인지 못 하기도
- 만성 콩팥병, 적극적인 의지 필요한 이유는

봉미선 기자 승인 2024.10.20 16:02 의견 0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수아 교수

우리 몸의 ‘정수기’라 불리는 신장은 인체 대사과정에서 생긴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고 체내의 수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인 등 전해질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한다. 또 조혈 호르몬을 분비해 적혈구생성을 촉진 시키며 혈액의 산도를 조절하고 혈압 및 혈당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역할을 하는 장기이지만, 안타깝게도 만성 콩팥병은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로 진단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무려 90%에 달하는 기능이 상실됐음에도 이를 자각하거나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한 번 손상된 신장은 자연 치유가 되지 않기에 더욱 아낌이 필요한 신장, 그리고 만성 콩팥병에 대해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수아 교수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 “신장이 아픈 건 어떻게 알 수 있어요?”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 2년에 한 번 받는 일반건강검진 항목 중에는 ‘사구체 여과율’이라는 항목이 포함돼있다. 사구체 여과율은 신장의 기능을 정량화할 수 있는 수치로, 신장이 1분 동안 깨끗하게 걸러주는 혈액의 양을 말한다. 걸러지는 혈액의 양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혈액 내 ‘크레아티닌’이라는 노폐물 수치를 측정해 사구체 여과율을 추정하는데, 정상 사구체 여과율은 분당 90~120㎖이다.

일반적으로 만성 콩팥병은 신장의 기능이 3개월 이상 저하됐거나, 지속적으로 감소 증세를 보일 때 진단한다. 구체적으로는 사구체 여과율이 분당 60㎖ 이하로 3개월 이상 낮아졌을 때 만성 콩팥병으로 진단할 수 있고 사구체 여과율이 분당 30㎖ 이하로 낮아진, 다시 말해 진행된 만성 콩팥병 상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또 사구체 여과율의 저하와는 별개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증상이자 대표적인 증상인 ‘거품뇨’가 있을 때도 만성 콩팥병을 의심할 수 있다. 거품뇨의 원인은 단백뇨 때문으로, 이는 소변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수아 교수는 “소변검사는 과로, 감기, 전날의 음주나 과격한 운동, 여성의 경우 월경에 의해 일시적으로 이상소견이 나올 수 있으므로 소변에 거품이 보인다고 해서 모두 만성 콩팥병을 의심해야 하는 건 아니다”며, “이상소견이 나왔다 하더라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소변검사를 반복적으로 받은 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고 반복적인 검사 상 이상소견이 발견되면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만성 콩팥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에는 만성적인 피로감, 무력감, 식욕감퇴 등이 느껴질 수 있다. 더 악화하면 △빈혈과 고혈압 등의 전신 증상 △소화불량, 구토증 등의 위장관계 증상 △수면장애, 정서불안, 두통, 기억력 저하 등의 신경계 증상 △면역 기능 저하 △성욕 감퇴 △근육 쇠약 또는 관절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요독의 축적으로 몸이 가렵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출혈 시 지혈이 잘 되지 않는다. 또 얼굴이나 몸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붓기도 한다.

▲ “투석 안 받으면 안 돼요?”

한 번 망가진 신장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없다. 그렇기에 만성 콩팥병의 치료 방침 또한 신장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증상을 최소화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사구체 여과율이 30㎖/분 미만으로 감소하면 투석이나 이식과 같은 ‘신 대체요법’을 고려해 준비해야 하고, 늦어도 사구체 여과율이 15㎖/분 미만으로 감소하는 말기 신부전증이 오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만성 콩팥병의 신 대체요법에는 크게 혈액투석 및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신 대체요법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기에 환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 나이, 주위 여건과 환경, 특히 심장과 혈관의 상태 등에 의해 결정된다. 혈액투석은 팔에 투석을 위한 통로를 만드는 동정맥루 성형술을 한 후 투석 기계를 통해 혈액 내 요독을 인공적으로 걸러주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세 번 병원을 방문해 투석을 받게 된다. 복막투석은 복막 내에 작은 도관을 삽입해 시행하는 것으로, 투석은 가정에서 하되 약물과 투석액 처방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신장이식은 투석 치료로부터의 해방은 물론 여러 가지 합병증의 발생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신장 공여자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이식 후 거부반응이나 면역 억제제 사용까지 거쳐야 할 여러 가지 관문들이 많다.

투석을 고려할 때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느냐’에 있다. △직장생활은 할 수 있는지 △운동은 해도 되는지 △여행은 갈 수 있는지 △부부생활이나 임신은 가능한 건지 등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이다. 이런 고민으로 투석에 대해 무작정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들도 있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수아 교수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투석은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이라며 “투석을 하는 것만으로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환자 본인이 의지를 갖고 관리해 나간다면 경우에 따라 정상인에 가까운 생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 “먹는 것도 조절해야 하나요?”

만성 콩팥병이 생기면 노폐물이 충분히 배설되지 못해 혈액 속에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또 식욕이 없다거나 과도한 식이요법에 의해 많은 환자들이 단백질 부족과 영양불량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환자의 건강유지와 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해 나이, 성별, 체중, 합병증의 유무, 투석상태 및 식습관 등을 고려한 올바른 영양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병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기여함은 물론, 다른 심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식이요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저단백식이’다. 단백질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단백뇨가 생기는 것뿐만 아니라, 단백질 자체의 분해로 요독이 증가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도록 하고, 외식보다는 집에서 밥과 함께 반찬으로 고기를 먹는 식으로 저단백식이를 실천하는 것이 좋다. 염분이 많이 함유된 국물과 찌개류의 음식은 아예 끊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이미 진행된 만성 콩팥병 환자의 경우 칼륨 성분이 다량 함유된 과일이나 과일주스, 채소 등의 과량 섭취도 조심해야 한다. 칼륨이 필요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근육 마비나 호흡 곤란, 심하면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수아 교수는 “일반인들도 평소 건강한 신장을 위해 의식적으로 싱겁게 먹고자 노력하고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며 “피로나 수면 부족 등을 과도하게 겪지 않도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건강한 신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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