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치료는 받고 있는데, 아무리 약을 먹어도 병은 낫지 않고 더 심해진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이 있어요. 또 분명히 몸은 아픈데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다고 하니 억울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하시는 분도 계세요. 현대의학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일인데, 왜 그럴까요? 현대의학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현대의학에는 문제가 없어요. 다만 현대의학은 증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인데, 이런 경우에는 증상보다는 원인을 알아야 해요. 증상에 앞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게 기능의학이죠.”
현대의학은 20세기 눈부신 발전을 거치면서 21세기에 와서는 사실상 거의 모든 급성기·아급성기 질환을 해결할 수 있는 주류의학으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증상에 대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원인 모를 통증이나 만성질환에 대해서는 취약점과 한계를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현대의학이 질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었지만, 이 그림자와 같은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세계적으로 생겨났다.
국내에서는 기능의학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부터 일부 의사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그 선구자 중 한 명이 바로 광주 차만진가정의학과의원 차만진 원장이었다.
그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 기능의학은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또 하나의 주류의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엠디포스트는 현대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기능의학의 선구자 차만진 원장을 만났다.
아픈데 병은 아니다? 원인은 몸의 불균형
“피로감이 극도로 심해지면 우울증이 올 수 있고, 우울증이 심해지면 공황장애도 올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걸 병원에서는 정신적인 문제로만 보기도 하죠. 두통이 너무 심한데 막상 병원에 가면 검사하고 약 쓰는 거 외에는 해주는 게 없어요. 피부도 막 벗겨지고 진물이 흐르는데 스테로이드만 주는데, 이것도 나중에는 안 들어요. 월경통이 심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는데, 방법이 없대요. 병원에서는 병이 아니래요. 맞아요. 이건 기능의학적으로 보면 병이 아니에요. 이런 증상은 바로 몸의 불균형에서 오는 거예요. 그리고 이 불균형을 잡아주는 게 바로 기능의학이에요.”
기능의학의 핵심은 7가지 임상 불균형, 즉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 ▲에너지 대사 불균형, ▲해독과 생체변환 불균형, ▲면역과 염증의 불균형, ▲소화·흡수·미생물학적 불균형, ▲세포막을 포함한 근골격계의 불균형, ▲마음·신체의 불균형을 찾아 병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차만진 원장은 설명한다.
사실상 기능의학의 원리는 매우 복잡하지만 차 원장은 환자를 위해 사람의 영양 상태를 나무에 비유한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충분하고, 깨끗한 물과 양분이 전달된다면 줄기와 잎, 그리고 뿌리가 이상적으로 건강하겠지요. 하지만 제대로 된 영양분이 부족하면 겉은 건강해 보이지만 뿌리는 서서히 썩어가게 됩니다. 그런 상태가 계속되면 결국 줄기와 잎도 마르거나 죽게 되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생활습관과 나쁜 환경, 그리고 부정적인 마음이 계속되면 몸속은 허약하고 혼탁해집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으니 병이라고 할 수 없겠죠. 이런 상태를 기능의학에서는 미병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호르몬의 정상 수치가 50~150이라고 할 때, 우리는 50이나 150인 경우를 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정상 수치이니 병은 아니다. 증상은 있으나 병은 아니니 치료를 받으려면 49 이하로 내려가거나 151 이상 올라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50까지 내려가면 세포가 일을 못 해요. 그러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넣어줘야죠. 150이면 너무 높아서 이걸 이겨내기 위해 염증이 생기는데, 이걸 조절해 주는 거예요. 그러면 세포들이 병에 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정말 자기 일을 할 수 있어요. 그게 기능의학이죠.”
증상과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기능의학자의 역할
차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기능의학에서 치료의 과정은 먼저 몸 안에 불균형을 찾는 것이다. 그럼 어떤 과정을 통해 불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체내 불균형을 찾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지만, 다행히 기능의학적인 검사 툴은 그동안 많이 발전하고 종류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혈액 검사만으로도 상태를 어느 정도는 분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현대의학에서는 병이냐 아니냐를 보기 때문에 약간 흔들리는 것은 무시하고 봅니다. 예를 들어 철분 양을 보자면 현대의학에서는 아주 부족해야만 치료를 해줍니다. 하지만 기능의학적으로 보면 많으면 염증을 일으키고,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몸 여기저기에 문제가 생기죠. 그래서 이 적정치를 유지하면 눈에 띄게 몸이 좋아집니다. 훨씬 몸이 편해지죠.”
같은 혈액 검사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치료나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혈액 검사 외에 기능의학에서밖에 할 수 없는 검사도 있다.
“타액으로 보는 호르몬 검사가 있는데, 이것은 일반 혈액 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수치들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소변으로 하는 유기산 검사도 있는데, 이것은 몸속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해독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염증 반응을 비롯한 다양한 검사가 있습니다.”
기능의학이 발전하면서 기능의학 검사 툴도 함께 발전해 왔으며, 결국 이들은 서로 궤를 나란히 하면서 지금의 결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기능의학에 있어서 검사와 치료에 드는 비용은 늘 문제가 되어 왔다.
“초창기에는 각종 검사를 정말 많이 했어요. 일단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정확히 알아야 하니까요. 물론 몸만 좋아진다면 얼마가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게 지속되면 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는데 검사를 안 할 수도 없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초창기였다는 거에요. 아직 이론이 정립되지 않으면 검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또 기능의학의 단점이기도 하죠.”
차 원장 역시 초창기에는 검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는 가능하면 기능의학적인 검사는 뒤로 미룬다. 쉽게 말하자면 혈액 검사만으로도 환자 상태에 대한 분석이 상당부분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간혹 다른 병원에서 기능의학 검사를 했다며 검사지를 잔뜩 가지고 오는 환자들이 있어요. 그런데 보면 대체로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요. 병이라는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열 가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열 가지 증상이 하나의 증상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걸 잘 구분하는 게 또 기능의학자의 역할이기도 해요.”
결과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보는 것이 중요한데, 원인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면 의료보험 체계 안에서도 어느 정도까지는 치료에 접근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차 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능의학자라고 해서 누구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차 원장의 땀과 눈물, 그리고 피를 토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기능의학을 표방하는 병원이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기능의학적 치료가 가능한 곳은 차 원장을 비롯해 50여 곳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상 현실적인 통계다.
포기하고 싶은 기능의학의 길, 그를 붙잡은 건 환자들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개원을 했는데, 막상 개원하고 나니 레지던트 때 환자 보던 것과 너무 다른 거예요. 그래서 다시 대학으로 들어가 공부를 계속했죠. 5~6년이 지났을까, 이제는 어느 정도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해 개원했는데 더 나아진 게 없더라고요. 아픈 사람 봐도 의사가 약 쓰는 거 말고는 할 게 없었던 거였죠. 본인은 아프다고 해서 약을 줬는데 안 잡혀요. 그러면 방법이 없어요. 결국, 거기까지였던 거죠. 그러다가 기능의학을 접했는데, 거기에 답이 있더라고요. 왜 병이 낫지 않는지, 통증이 잡히지 않는지, 질환이 왜 만성으로 가는지, 무덤까지 가도 풀릴 것 같지 않은 피로의 원인이 다 불균형 때문이었어요.”
유레카! 드디어 이유를 알았으니 이제 공부만 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왜 그게 불균형 때문인지 이해하는 데는 3년이 걸렸다.
호기롭게 기능의학을 공부하자며 뭉쳤던 이들은 1년이 되자 반 이상이 떨어져 나갔고, 3년이 지났을 땐 ‘호걸은 간데없고 녹슨 창검만 남은’ 그런 상황이었다. 이쯤 되니 기능의학이 답이라고 외치던 사람들도 서서히 등을 돌렸고, 더 지나서는 기능의학을 배척하는 분위기까지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차 원장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기능의학에 매진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차 원장을 붙잡아 준 것은 환자들이었다.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 그리고 그 믿음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기를 7년, 드디어 허공에 연기 같던 기능의학이라는 학문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에서 그때를 돌이켜 보면 한참 부족했다고 말하겠지만, 그 당시 차 원장에게는 천지가 개벽할 사건이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고, 그동안 수많은 환자가 차 원장을 찾았다. 피로와 통증으로 일상생활은 물론 학업이나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환자, 아이를 갖는 게 소원이라는 불임 부부, 김치 한 번 제대로 먹어보는 게 소원이라는 위장 장애가 있는 할머니 등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수없이 많은 증상의 환자들을 차 원장은 만났다.
그리고 그사이 차 원장은 기능의학적 치료를 위해 광주시 북구 풍향동에서 2021년 광주역 뒤편 중흥동으로 병원을 옮겼다.
“통증이나 피로, 그리고 원인 모를 병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오시면 먼저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그 원인에 관해 설명해 드려요. 그러고 나면 많은 분이 정말 펑펑 눈물을 흘리시는데, 그러면 된 거예요.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희망이 생긴 거죠.”
의사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환자가 마음만 먹으면 낫지 않을 병이 없다고 차 원장은 말한다. 하지만 환자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치료를 하다 보면 사람마다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요. 간혹 에스컬레이터 타듯이 올라가며 좋아지는 환자가 있는 반면 전혀 반응하지 않는 환자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환자의 특징은 어느 순간 ‘탁’ 치고 올라갈 때가 있어요. 분명히 와요. 다만 그 시점이 올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해요. 그런데 제일 힘든 경우는 좋다가 안 좋다가를 반복하는 환자예요. 하지만 절대 포기하면 안 돼요. 좋다가 떨어져도 처음 나쁠 때보다는 분명히 낫거든요. 그게 기능의학의 포인트에요. 다음 단계에 좋아질 게 뻔히 보이니까 의사는 절대 포기 못 해요.”
사람마다 병의 원인과 증상이 모두 다르듯이 낫는 방법도 모두 제각각일 수밖에 없으니, 관건은 끝까지 믿음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라고 차 원장은 조언한다.
환자의 행복한 얼굴을 보기까지, 꺼지지 않는 기능의학에 대한 열정
기능의학을 처음 접하고, 지금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차 원장의 마음은 17년 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
“기능의학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온 분들은 지금까지 연구한 것만으로도 환자 보는 데 큰 지장이 없어요. 그런데 가끔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가 있어요. 또 전혀 의외의 증상을 가진 환자가 있는데, 이건 새로운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죠. 그래서 자꾸 새로운 논문들이 나오고, 또 학회에서도 저희에게 던져주는 새로운 화두가 있어요. 기능의학은 끝이 없어요. 또 하다 보면 잊혀지는 것도 있으니 다시 리마인드를 해야 하죠.”
끝없이 공부에 공부를 거듭해야 하는 기능의학자의 숙명 같은 이야기지만, 이 말을 하는 차 원장의 얼굴과 목소리에는 기대감 어린 흥분이 가득하다.
차 원장을 이렇게 흥분하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 환자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좌우명이나 의료 철학에 관해 묻기도 하는데 오랫동안 치료를 해보니까 그래요. 무슨 모토를 정하고 가는 건 아니고 그냥 저는 딱 하나만 바라고 진료해요. 환자분이 ‘나 참 행복해요, 너무 행복해졌어요’라는 소리를 듣는 거예요. 피곤하지 않아서, 아프지 않아서, 다시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이 뭐예요, 제가 충분히 해줄 만큼 해 줬다는 말이거든요. 그게 제가 환자에 대해 고민하는 것들에 대한 보상이죠.”
의료인들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가질 수도 있는 요즘이지만, 이렇게 환자의 행복이 자신의 보상이라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환자가 행복하기까지, 그 환한 얼굴을 보기 위해 기능의학을 연구하는 차만진 원장의 진료실의 불은 오늘도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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