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A 씨(50세)는 최근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글자가 휘어져 보이는 등 눈에 이상이 생겼다. 특별히 컴퓨터를 하는 일도 아니고 오랫동안 휴대폰을 볼 일도 없었다. 노안이 있긴 했지만, 지인들에 비해 그리 심한 편이 아니었는데, 이런 증상이 생겨 안과를 찾았는데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았다. A 씨에게는 생소한 병이었지만 조금 더 진행되었다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황반변성은 백내장과 녹내장과 더불어 실명을 유발하는 3대 눈 질환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노안으로 오해할 수 있는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이를 방치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실명에 이르는 위험한 질환이다.
황반변성이란 말 그대로 눈 안쪽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인 '황반'에서 일어나는 변성을 말한다. 갑자기 시력이 저하된다거나 직선으로 된 물체나 모양이 휘어져 보이고, 글자가 흔들리거나 사물을 볼 때 가운데 검은 점이나 빈 것처럼 보인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할 수 있다.
김안과 안과 전문의 김재휘 교수는 "황반변성에는 다양한 증상이 있지만 일단 시야가 급격히 떨어지고, 특히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인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아울러 황반변성을 완전히 예방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50세가 넘으면 눈에 이상이 없어도 반드시 안과를 찾아 정기적으로 검진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2년 이내에 완전히 시력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황반변성에 대해 김재휘 교수를 통해 증상과 원인, 그리고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들어보자.
황반변성은 어떤 질환인가?
우리 눈에는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이라는 신경 조직이 있으며, 망막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 부위를 '황반'이라고 합니다. 황반변성은 눈의 노화에 의해 황반 부위의 신경에 노폐물이 쌓이고 성질이 변하면서(변성이 되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보통은 50세 이상에서 황반변성을 진단하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황반변성의 유병률은 40세 이상의 성인에서 약 7~8% 정도 알려져 있으며, 습성은 전체 황반변성의 약 10%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황반변성의 일반적인 증상은?
황반변성은 초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체가 흐리게 보이거나 전반적인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으나 이러한 증상들은 건조증이나 백내장 등 보다 흔하게 나타나는 다른 질환과 연관된 증상일 수 있으며, 단순 노안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체가 휘어져 보이는 '변형시증' 역시 황반변성의 주된 증상 중 하나이나 망막앞막과 같은 다른 질환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입니다.
따라서 황반변성의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50세 이상에서는 1년에 1~2회 정도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시력 저하를 뚜렷이 느끼거나 변형시증이 나타나는 경우 너무 미루지 말고 1~2주 이내에 안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혈관생성억제약물(anti-VEGF) 주사 치료가 황반변성으로 인한 실명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보고가 있는데, 부작용은 없나?
'항혈관내피성장인자'라고도 부르는 anti-VEGF 치료는 VEG라고 부르는 신생혈관생성에 필수적인 인자를 억제함으로써 나쁜 혈관 조직이 망막 신경을 손상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치료이며, '습성황반변성의 치료에 있어 큰 혁신을 일으킨 방법입니다. 과거에는 레이저 치료 등을 시행했으나 시력의 저하를 막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결과 환자 대부분 큰 폭의 시력 저하가 나타나거나 환자가 실명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눈 주사 치료'라고도 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치료가 도입되면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잘 받는 경우 장기간 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치료는 상당히 안전한 치료로 큰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다만 1,00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확률로 눈 속에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 빠른 치료를 요하기 때문에 눈 주사를 맞았다면 1~2일 이내에 안과를 방문해 염증 여부를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황반변성은 어떻게 구분되며,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고 싶다.
황반변성의 치료는 나쁜 혈관이 자라 들어오는 '혈관신생' 현상이 없는 '건성황반변성'과 혈관신생을 동반해 급격한 시력 손상을 일으키는 '습성황반변성'이 있습니다. 건성과 습성은 '혈관신생' 유무로 구별하며, 혈관 신생은 건성황반변성이 진행하는 과정 중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건성황반변성의 뚜렷한 소견 없이도 혈관신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건성황반변성의 경우에는 엄밀히 말해 치료방법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눈의 노화라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발생 기전인데, 현재까지는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루테인 등의 영양소를 장기간 복용하면서 질환의 진행 속도를 일부 늦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건성황반변성이 조금 진행한 환자들에게는 눈 영양제를 복용하시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또한, 혈중 지질 이상이 황반변성의 진행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고지혈증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한 방법입니다.
습성황반변성의 경우는 실명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90% 이상의 환자에서 anti-VEGF 치료를 시행합니다. anti-VEGF 약제에 반응이 제한적인 경우에는 약제를 더 자주 주사하거나 고용량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약제를 바꿔가며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과거 황반변성 치료에 이용했던 광역학치료(Photodynamic therapy) 혹은 레이저 광응고술과 같은 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황반변성 환자도 흔히 말하는 '노안 수술'을 해도 괜찮은가?
현재 진행되는 노안 수술은 보통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면서 먼 곳과 가까운 곳에 동시에 초점을 잡을 수 있는 특수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노안 수술의 효과는 환자에 따라 편차가 있습니다. 초기 황반변성의 경우에는 아직 망막 신경의 뚜렷한 기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로 병이 없는 사람과 비슷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즉, 환자가 원하는 경우 노안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중기이상 진행한 황반변성의 경우 망막의 구조와 기능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추가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적극적인 노안 수술은 권하지 않습니다. 습식황반변성의 경우에는 의사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으나 저는 개인적으로 노안 수술을 하지 말도록 강하게 권하고 있습니다.
최근 황반변성 치료 약들이 새롭게 출시되고 있는데,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 변화가 있는가?
습성황반변성 치료를 위한 ant-VEGF 약제는 지난 10년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10년 전에는 '루센티스'와 '아바스틴'이라는 두 약제만 이용이 가능했으나 국내 기준으로 2014년부터는 '아일리아' 약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2020년부터는 '비오뷰'라는 추가 약제가 도입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나중에 도입된 약제일수록 작용 기간이 더 길어 한 번 주사 후 장기간 효과 지속이 가능한 특징이 있으나 각 약제에 따라 장단점이 있어 네 가지 약제 모두 현재 황반변성 환자의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있습니다. 향후 'Faricimab'과 같은 약제가 추가 도입될 예정에 있으며, 기존 약제들의 바이오시밀러(비슷한 구조와 효과를 보이지만 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약제)들이 도입될 예정에 있습니다.
치료 가이드라인은 anti-VEGF 약제 도입 초기에는 초기치료 후 재발할 때만 추가로 주사하는 as-needed 방식을 주로 이용했으나, 장기간 재발이 지속되면서 시력이 계속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막고 장기간 좋은 시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는 재발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주사를 진행하는 treat-and-extend 방식이 보다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황반변성 환자의 치료에 허가되어 있습니다. 다만 환자에 따라 두 방식 중 더 알맞은 방식이 있으며, 두 방식을 혼용해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어느 한 방식이 무조건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황반변성 예방을 위한 조언을 하자면…
황반변성은 가장 큰 원인인 '눈의 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원인이 함께 관여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최근 유전자 분야의 발전과 함께 황반변성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밝혀지고 있으며, 장내 세균총의 상태(마이크로바이옴, microbiome)가 황반변성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황반변성의 발생에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황반변성의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강한 빛이나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고지혈증 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에 좋은 영양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녹황색 채소, 등 푸른 생선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것도 권장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황반변성의 발생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으므로 50세 이상부터는 눈에 아물 문제가 없더라도 1년에 1~2회의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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