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시간 - 언제나 우리 곁에는 색이 있다! 출간

김은식 기자 승인 2022.05.04 10:17 의견 0

지은이: 제임스 폭스
옮긴이: 강경이
분야: 예술/대중문화 > 미술사 / 역사/문화 > 세계문화사
쪽수: 468쪽
정가: 18,800원
ISBN: 979-11-5581-416-1 (03600)
발행일: 2022년 4월 30일
펴낸곳: 윌북

같은 색에도 수많은 의미를 덧입혀온 상상력의 역사
컬러 너머의 세계를 낱낱이 밝힌다

인류의 곁에는 항상 ‘색깔’이 있었다. 동굴 벽을 붉게 칠한 선사시대부터 아침마다 출근룩 컬러 매치를 고민하는 현대까지 변화무쌍하게 흘러온 이 컬러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컬러의 시간』은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인간에게 색은 무슨 의미일까?”

사람들은 같은 색을 보더라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예컨대 검정은 흔히 결핍·어둠·악·불결함으로 연결되며 ‘흑색선전’이나 ‘블랙리스트’ 같은 부정적 은유로 쓰이지만 고대 이집트에서는 비옥한 토양의 색, 생명의 색으로 숭배받았다. 노랑은 금빛 태양의 색으로 숭앙받았는가 하면 한때는 누르스름하게 바래는 노화의 색으로 혐오의 대상이었다. 하양은 서구에서 빛과 생명, 순수와 동일시됐지만, 아시아 몇몇 지역에서는 죽음의 색이다.

각 시대와 모든 지역의 과학자, 철학자, 의전 담당자 등 수많은 이들이 색을 특정 행성, 요일, 계절, 식물, 신체, 감정, 미덕과 연결하며 복잡한 연관성의 체계를 창조해왔다. 『컬러의 시간』은 색이 상징하는 바가 이처럼 시대와 장소, 사람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달라지는 모습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빨강은 뜨겁고 파랑은 차갑다는 식의 진부한 색채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색이 가진 느낌과 연상 작용의 과학적·역사적 근원을 파헤치며 더욱 오묘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국가에선 빨강이 보수, 파랑은 진보이지만 다른 나라에선 반대다. 색과 의미의 짝은 얼마나 과학적이고 필연적일까? 컬러는 어떻게 이 세계에서 그 빛을 확장하고 공고화했을까?

같은 색에도 수많은 의미를 덧입혀온 인간의 상상력을 알게 되면 우리 고정관념 너머에 숨은 컬러의 특성과 잠재력이 훤히 보인다. 인간의 삶과 예술 속에서 다채롭게 변주되어온 컬러의 변화무쌍한 역사 지식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이다.

객관과 주관의 영역을 아우르는 컬러의 과학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와 뇌에 전기신호를 보내고 색채와 느낌이 되기까지

우리는 색을 어떻게 인식할까? 과학적으로 말해 색은 400~700나노미터 가시광선의 객관적인 속성이다. 하지만 빛을 색으로 해석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뇌다. 한밤중에 테이프로 창문을 봉하고 방의 불을 모두 끈 채 눈을 꼭 감아보면, 절대적 암흑이 결코 검은색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망막이 어둠에 적응하면 얼룩덜룩한 회색의 여러 색조가 보이고, 조건만 잘 맞으면 호박색, 청록색, 주홍색의 바다가 밀려들어 폭발하는 별, 나선형, 체커판 모양으로 응집된다. ‘안내섬광’이라 불리는 현상 때문이다. 한편 5대륙 17개국에서 색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파랑은 모든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색이었다. 왜 우리는 그토록 푸르름에 매료될까? 저자는 파랑이 물리적으로 “가장 포착하기 힘든 색”,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며 우리가 다가갈수록 물러서는 색”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질과 정신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색 지각’ 차원의 과학적 현상과 경험을 『컬러의 시간』은 사회문화사적 측면과 함께 입체적으로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색이란 하나의 과정이자 춤이며 인간과 독립되어 외따로이 존재하지 않는다. “색의 성분은 우리 밖에 있지만, 조리법은 우리 안에 있다.” 색은 그저 가만히 칠해져 있는 물질이 아니며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컬러에 대한 인간의 느낌은 객관과 주관의 영역에 걸쳐 있으며, 이를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색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에 이를 수 있다.

인류의 행적과 예술 속에 담긴 색채의 사연들
컬러에 대한 깊고 방대한 인문학적 탐구

저자 제임스 폭스는 케임브리지대학교 미술사학과 학과장이자 수많은 대중강연과 칼럼 기고, 방송 진행 경력의 소유자다. 신경과학부터 언어학, 심리학과 고인류학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일곱 가지 기본적인 컬러와 인류가 거쳐온 사회문화의 얽히고설킨 역사적 관계를 풀어냈다. 사람들이 어떻게 색을 지각하고, 상상하고, 활용해왔는지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보게 하는 차분하면서도 흥미로운 필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페르시아 시인이 들려주는 노래와 존 밀턴의 『실낙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학과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다채로운 컬러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무엇보다 미술사학자인 그는 이 책에서 독자를 위한 도슨트가 되어, 컬러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미술 작품이 탄생한 배경, 예술가가 걸어온 삶의 궤적, 작품마다 색이 사용된 방식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책장을 펼치면, 인상적인 색채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과 사진 53점이 전시된 미술관이 열린다.

빨강이 두드러지는 아나 멘디에타의 〈실루엣〉, 노랑이 돋보이는 윌리엄 터너의 〈레굴루스〉의 노랑, 보라색에 주목해야 하는 클로드 모네의 〈국회의사당, 갈매기〉까지. 색에 초점을 맞추어 여러 작가의 뛰어난 걸작들을 음미해보자. 이 책에서 다루는 컬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함께라면 ‘참 멋있네’, ‘잘 그렸다’ 같은 단순한 감상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왜 그 작품이 시각적으로 우리를 사로잡는지 더 분명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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