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을 이뤄 내거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95%의 실패 확률이 아닌 5%의 성공 확률에 도전하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역사는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끝없는 발전을 이뤄낼 것이다.

초음파를 사용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긴급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이동의 제약으로 불편함을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가볍고 간편한 초음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이 바람은 그저 공상이었을 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대한민국의 한 바이오벤처기업이 이 꿈같은 일을 현실로 이뤄냈다.

세계 최초로 무거운 카트가 아닌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는 초소형 초음파 기기를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국내 식약처는 물론 미국의료기기인증(FDA)과 유럽의료기기인증(CE MDD)을 획득하고,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으니, 그 기업은 바로 세계 휴대용 초음파 기기 산업을 선도할 ‘힐세리온’이다.

이에 지금까지의 5년보다 앞으로의 50년이 더욱 기대되는 기업 힐세리온의 정유찬 이사를 만났다.

휴대용 초음파 기기, 초음파의 패러다임을 깨다!

정유찬 이사는 처음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 개발을 위해 류정원 대표와 함께 많은 초음파 기기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대단하군’하는 칭찬을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만나는 사람 열이면 열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들을 차갑게 외면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들의 열의는 타올랐고, 휴대용 초음파 기기가 더욱 필요하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때는 초음파 기기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금의 제품들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안 되는 이유를 너무나 많이 알고 있었고, 만약 저희도 그것을 알았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했을 것입니다.”
처음에 닥친 문제는 당시 모든 초음파가 하이앤드를 지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는 모두 고화질에 다양한 기능, 그리고 3D나 혁신적인 기술을 원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부품이 많이 들어가게 되고, 기계 자체는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반대로 화질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휴대용 초음파를 개발한다는 것은 당시의 패러다임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보다는 모두들 지금까지 나온 것에 만족하던 시기였다.

딱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힐세리온의 접근은 달랐다.

“아프리카나 제3세계 국가에서 영상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산모에게 쓸 수 있는 영상기기는 초음파밖에 없지요. 거기서 산모를 진단할 때 의사들이 원하는 것은 아이가 똑바로 서 있는지, 그리고 머리 둘레나 탯줄의 위치만 파악할 수 있으면 됩니다. 힐세리온의 ‘소논(SONON)’ 제품들은 바로 그런 역할에 적합한 장비입니다.”

처음 휴대용 초음파 기기를 처음 제안한 것은 의사출신 CEO인 힐세리온의 류정현 대표다.

의사로 근무하던 시절 한 산모가 응급실로 실려 왔고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심폐소생술로 위기는 넘겼지만 달리 대처할 수 없는 방법이 없었고, 큰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 산모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 때 류 대표는 간단한 초음파 기기만 있었더라도 그렇게 산모를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병원보다 병원 밖에서 더 많은 환자들을 구할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류 대표가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이가 바로 정유찬 이사이며, 결국 둘의 만남을 통해 지금의 휴대용 초음파 기기 소논 제품군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제는 청진기 대신 초음파, 의사라면 누구나 하나씩

힐세리온 소논 제품군의 가장 큰 특징은 휴대가 편리하고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영상 전송할 수 있어 사고나 재난 현장, 그리고 응급진료가 필요한 곳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외국계 대형 초음파 회사들과 힐세리온이 과연 경쟁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 저희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힐세리온은 그들과의 경쟁사가 아니라 보완사라고 말입니다. 대학이나 종합병원 내 높은 해상도가 필요한 곳에서는 거기에 맞는 초음파 기기를 사용하면 됩니다. 서로 필요한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정유찬 이사는 힐세리온의 경쟁사는 힐세리온 자신이기 때문에 마케팅과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힐세리온은 2017년을 맞아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첫 번째는 동남아시아의 제3세계에 사회봉사단체를 통해 휴대용 소논 제품을 보급하는 것이다.

의료 시설이 열악한 곳일수록 소논의 쓰임은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신제품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중동과 아프리카 13개국을 대상으로 2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총판 계약을 했는데, 올해는 개인과 공공영역 모두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의대생을 중심으로 한 초음파 교육 확대.

정유찬 이사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의사라면 모두 초음파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요. 그래서 소논 제품을 통해 의사들이 기본적인 초음파 술기를 습득해 긴급 상황이 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현재 힐세리온은 가천의대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POC 초음파 핸즈온 코스 교육’에서 소논을 활용하고 있으며, 고대 구로병원과 안암병원에서도 전공의 교육을 시작했다.

이제 초음파는 몇몇 과에 한정된 특별한 기기가 아니라 의사라면 누구나 사용하고 판독할 수 있는 기기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청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듣는 청진기에서 보이는 청진기로 변모했을 뿐…

꿈을 현실로 바꾼 힐세리온의 열정과 노력, 그것이 우리에게 또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엠디포스트 김은식 기자 mdpost@mdpost.co.kr 김은식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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