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노래하는 의사 시인 김기준 교수,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수중 에세이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출간

김은식 기자 승인 2021.03.08 10:46 | 최종 수정 2021.03.08 10:49 의견 0

고래상어

내 나이 마흔
아름다운 땅
필리핀 세부 섬
거북이 알을 뜻하는
모알보알 그곳으로
고래상어를 만나러 갔다
불혹(不惑)의 나이가 뭔지를 몰라 허둥지둥 하던 차
사진으로만 만나던 그 신비로운 현자를 찾아갔다

​동 터오는 아침
카사이 절벽
바다 밑 수심 십 미터
나 홀로 기다린 지 한 시간 남짓

​그 크고 순한 눈동자
순박한 모습
거대하고 우아한 자태
잠깐 스쳐갔지만 영원한 각인

​필리핀 세부 섬
거북이 알 같은
모알보알 그곳의
열 살 남짓
아리따운 소녀, 실비아

​개들이 뛰어 노는
산호로 만들어진 파낙사마 해변으로
그 가는 손으로 만들었을 목걸이와 팔찌를 팔러
나에게로 왔다

​그 크고 순한 눈동자
순박한 모습
여리고 가여운 자태
잠깐 스쳐갔지만 영원한 각인

​애처로운 저녁
바다제비 날고 있는 석양의 물결위엔
소금쟁이 마냥 방카들만 떠 있는데
이 무슨 간절함들인가
나는 이제 지천명(知天命)
실비아는 아마 꽃다운 묘령(妙齡)
뉘엿뉘엿 해가 지듯
스멀스멀 나이가 든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찾았을까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고래상어는 아직도 카사이 절벽을 지나다니고 있을 터
모알보알은 거북이 알을 품듯 실비아를 품고 있을 터
그런데
이순(耳順)으로 향하고 있는
나는 아직도
불혹(不惑)을 혹(惑)하며 회유하고 있는데
무거운 공기통을 짊어진 채
엄마의 자궁 같은 먼 바다 속을 헤매고 있는데
바다는 아무런 말이 없이
다만 그 깊고 푸른 침묵만 보여주고 있다

- 김기준 시인의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중에서 -


생명을 노래하는 시인 김기준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교실)가 신비로운 바닷속의 아름다움을 생생히 전하는 수중 에세이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를 독자들에게 선사했다.

​김 교수는 2016년 월간시를 통해 등단, 2017년 '착하고 아름다운'과 2018년 '사람과 사물에 대한 예의'를 출간했다.

​그리고 이번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는 그의 세 번째 에세이이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수중 에세이'다.

이 책은 김 교수가 지난 20여 년간 필리핀, 인도네시아, 몰디브, 팔라우, 멕시코, 코스타리카, 갈라파고스, 제주 등 국내외 여러 잠수 지역을 찾아다니며 스킨스쿠버 체험을 통해 기록했던 내용을 묶은 에세이로 바닷속 세계의 비경과 수중 생물의 경이로운 모습을 시와 산문으로 재현했다.

김 교수의 시 속에는 20여 년 전 '무작정 달려오기만 해 왔던 의사로서의 삶이 그저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시절 자연과 우주의 아득함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게 해 준 '바다에 대한 고마움'이 깊이 묻어있다.

제목에 등장하는 '고래상어'는 김 교수가 필리핀 팔라우에서 만난 고래상어로 '나만의 바다'를 알게해 준 고마움에 직접 '정아'라는 애칭까지 붙였다고 한다.

아울러 이 책에는 고래상어 정아를 비롯해 점박이메가오리, 넙치, 모래뱀상어, 복어, 바라지렁이, 전갱이, 꽃갯지렁이, 씬뱅이, 멍게, 해삼, 대왕쥐가오리, 망치상어, 외비공상어, 말미잘 등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신비한 물고기들과 가리비, 해조류, 연산호, 왕돌초, 부채산호, 해파리같은 바닷속 생태계가 익살서러우면서도 생물학 사전같은 정확한 생태 묘사로 소개됐다.

하지만 김 교수는 오로지 바닷속 아름다움만을 노래한 것은 아니다. 마냥 평화로와 보이는 바다지만 실제로는 오래전부터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고 오염되는 실상이 낱낱이 파헤쳐 고발한다.

폐기물이 쌓여 엄청난 크기의 섬이 된 쓰레기 섬 이야기부터 상어지느러미를 즐기는 식도락가로 인해 멸종되어가는 망치상어, 수족관에 채울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 뿌려대는 청산나트륨의 폐혜 등에 대한 서술에는 김 교수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의 바다는 너무 많이 아픕니다. 지구온난화, 쓰레기 해양투기와 해양오염, 무분별한 해양생물 남획 등 우리의 끊임없는 욕망과 탐욕이 그 원인입니다. 바다는 절규하고 있습니다. 제발 조금만 줄여주세요. 조금만 멈추어 주세요.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다름 아닌 당신들을 위하여. 당신들의 후손들을 위해서. 바다가 없으면 인류도 없습니다. 이 책은 바다와 바다가 키우는 생명들을 위해 조금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모든 생명의 고향인 소중한 바다를 지켜주세요"라고 출간의 배경을 설명한다.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출간에 또 한 명의 주인공은 ScubaNet Magazine 발행인이자 ScubaNet Travel 대표인 최성순 수중사진 작가다.

8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2017년 3월부터 수중 시와 수중 사진을 매달 'Travel&Magazine, ScubaNet'에 연재하고, 2018년 2월부터는 시전문지 '월간시'에 수중 환경과 그 속의 생명에 대한 수필과 시, 그리고 최 작가의 사진을 연재했다.

결국 이 책은 김 교수와 최 작가의 우정과 이 둘의 바다에 대한 사랑이 만들어 낸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생명의 바다, ▲산호초 숲의 친구들, ▲바다를 살려주세요, ▲바다에 도전하세요, 이렇게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스킨스쿠버 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김 교수가 초보 및 예비 스킨스쿠버를 위한 기본 가이드를 꼼꼼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내용까지 담겨있다.

김기준 연세대학교 교수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 명의, 동아일보 선정 ‘베스트닥터’다. 그는 특강을 통해 방송언론에서 ‘습관혁명을 통한 건강법 특강’ 명의로 활동하고 있는 연세대 의과대학 마취통증 의사이자 2016년 정식 시단에 데뷔한 김기준 시인은 스쿠버 다이빙 NAUI 자격증을 취득한 스킨스쿠버 강사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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