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를 마주하다

연세본사랑병원 권세광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

엠디포스트 승인 2020.06.03 16:23 | 최종 수정 2021.02.21 16:10 의견 0

나는 부천 소재에 관절·척추 병원에서 하루 100명 가까이 환자를 본다. 코로나가 발발한 3월부터 매월 주말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보기 시작했다.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어벤저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아마도 봉사와 더불어 부천시 의사회 코로나대책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면서 직원들에게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잔소리를 아끼지 않은 탓에 지어진 별명 같다.

내가 속한 부천시 의사회에서는 주말마다 의료진의 지원을 받아 당번을 정하고 코로나의 최전선인 선별진료소에서 활동한다. 현재 부천시 보건소 3곳 중 2곳은 일반진료를 보고 원미구 본원은 선별진료만 전담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곳에 상주하는 의사 분들의 업무 부담이 매우 높아졌다. 의사로서 이분들의 노고를 잘 알기에 나도 팔을 걷어붙이고 매달 이분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3월 초, 첫 번째 의료봉사를 나갔을 때 일이다. 대구의 신천지 확진자가 정점일 때였다. 부천시에도 신천지 지회가 있고 약 3천 명 정도 회원이 있다고 한다. 이 시기에 검사를 받으시는 분들은 주로 신천지 교인들이었고 그들 중 젊은 청년들은 혹시라도 감염되었을까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내가 일하는 곳도 병원이기에 환자분들을 많이 뵙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들이 확진자로 판명된다면 급격한 호흡 곤란이후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기에 그들이 확진자로 판명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두 번째 의료봉사는 4월 중순이었다. 이 시기에 선별진료소에는 대부분 해외 입국자들이었다. 한국말이 조금 어눌한 해외교포분들이 있있다. 한국의 체계적인 선별진료소 시스템을 보고 적지 않게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금세 검사장 분위기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해외와 한국의 코로나 대처 방식이 다르기에 낯설게 느끼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5월 말에 세 번째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낮 최고 기온이 27도를 육박하는 매우 더운 날씨였다. 이날 따라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부천 내에도 확진자가 많이 늘어 산발적이고 전 연령 층에 걸쳐 다앙한 분들을 검사했다. 평소에는 보건소에서 예약제로 검사를 진행하는데, 이날부터 코로나 의심자는 바로 방문해서 검사를 결정하고 진행했다. 이태원 발부터 인천 강사를 거쳐 n차 감염자의 확산으로 감염자가 부천 지역 구석으로 퍼져있는 상황이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의료봉사를 마치고 나는 다시 현업으로 돌아와 근무하고 있다. 진료실에 있으면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코로나 의심자부터 의료진, 보건소 직원분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특히 부천시 보건소 직원분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쉼 없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들은 지칠 법도 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의료진과 팀워크를 이루어 맡은 업무를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부천시의사회 의료진분들은 평일에는 현업에서, 주말에는 당직의로 활동하며 코로나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3월 대구에서 폭발적인 감염이 진행되었을때 가장 큰 역할을 한 단체가 대구시 의사회였다.

질병관리본부와 의협은 나름의 역할이 있지만 넘치는 의료부담은 지역의사회의 자발성에 기댈 수 밖에 없고 이를 평소에 대비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나와 함께한 모든 분들의 노고와 더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염예방을 힘쓰는 분들 덕분에 COVID-19 상황에서 지역사회 의료 대처능력이 한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코로나는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 같다. 우한에서 시작한 것이 전 세계로 퍼졌듯이, 어느 한 나라에서라도 코로나가 남아있다면 언제든 다시 주변국으로 퍼질수 있는 것이다.

생활속 방역으로 코로나와 함께 오랫동안 지낼수 밖에 없다면, 현장에서 노력하는 관계자분들과 의료진분들의 노고와 더불어 개개인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스스로 감시하고 조심하자.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하고 손소독제 사용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모임을 자제하자. 스스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확률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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